귀촌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읽어본 책입니다. 귀농까지는 아니어도 늘 가슴 한켠에 귀촌을 꿈꾸는 사람이라서 이런 유의 책에 관심이 가는 모양입니다. 도시에서 살면 각종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생활이 편리해서 좋지만 아무래도 공기의 질이 떨어지고 정서적인 혜택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지요.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어디에서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선택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여기,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 마을로 귀촌 한 한의사가 있습니다. 남편과 자녀는 서울에 두고 2012년에 홀로 귀촌하셨다고 해요. 정확하게 동네 이름까지 다 공개하시고 실제 경험담을 재미나게 풀어내 주셨어요. 옥천군 청산면의 작은 마을에 정착하면서 겪은 달달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지요. 뿐만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고달픔도 표현해 주셔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고은광순 작가님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계세요. 호주 폐지 운동을 하셨고요, 동학혁명에 관심이 많으세요. 옥천군 청산면에 정착하게 된 이유도 이 마을이 동학 농민 운동의 깊은 사연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작가님 덕분에 호주 폐지 운동과 동학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귀농 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골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2015년을 전후로 '행복마을 만들기'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옥천군 청산면 삼방리 주민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많은 사연들을 책에 담으셨어요. 추운 마음에 히터를 틀어주는 듯한 따스함 가득한 사연들에 저절로 미소 짓게 되고요, 인생에 억울함이 많았던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오히려 베푸는 삶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가님의 따스함과 지혜에 감동받았어요. 언젠가 한 번은 꼭 만나보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