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기억의 뇌과학
리사 제노바 지음 / 윤승희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초판 2022년 4월 15일
인간의 뇌는 우주를 통틀어 가장 신비한 창조물이 아닐까 싶어요. 신체의 작은 부분에 불과한 뇌가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각을 운영한다는 게 참 신기하단 말이지요. 서점에서 이 책을 보자마자 관심이 가서 데려왔어요. 뇌과학자의 눈과 시인의 귀를 가진 신경 과학자가 쓴 책이라니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한참 전에 읽고 늦게 쓰는 서평)
책에 알츠하이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처음엔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차이를 잘 몰라서 같은 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떠올랐답니다. 두 분은 85세 이후 치매를 앓다가 94세 이후 돌아가셨거든요. 치매에 걸린 나이와 돌아가신 나이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치매 초기에 겪어야 했던 어색함과 슬픔이 아련하게 떠올라요. 손녀와 손자는 물론이고 딸까지 알아보지 못하는 날이 늘어가는 두 분을 보면서 참 많이 슬펐거든요.
자료를 찾아보니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치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에 비슷하게 생각하지만 사실상 같은 병은 아니라고 해요. 치매의 경우 기억력 상실뿐 아니라 언어장애, 마비, 보행의 어려움까지 이어지는 차이가 있더군요. 놀랍게도 알츠하이머의 경우 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에게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40대에서도 많이 발생한다고 하니 미리 신경을 써야겠어요.
외조부모께서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유난히 집중력이 발휘되더군요. 적게나마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고 하니 미리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치매와 다르긴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단과 충분한 수면, 적당한 운동이 중요하다고 해요. 당연한 말씀인듯하지만 각 항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과 연구 자료를 제시해 준 점이 좋았어요. 특히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라고 하네요. 꼭 기억해둡시다!
기억이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해 주면서 더 많이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망각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두 배 높다는 내용을 읽고 나서 비타민D 영양제를 열심히 챙겨 먹어야겠다는 결심도 했어요. 최근 검사에서 비타민D 부족 소견이 나왔었거든요.
사람들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사실 잊는 것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아니라고, 잊어버리는 것은 병적인 증상이 아니라 뇌가 그렇게 진화해왔기 때문이라는 위로에 힘을 얻기도 합니다. 주차 장소, 지인의 이름, 하려던 말 등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하니까 지나친 걱정이나 스트레스는 내려 놓자구요.
마치 숲을 가꾸듯 의미 있게 여긴 것을 선택하고 강화하면서 재구성하는 것이 기억이래요. 과정 중에 왜곡되고 망각될 수밖에 없기에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다고 하네요. 심지어 기억을 의도적으로 조작할 수도 있대요. 이처럼 뇌와 기억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알아가고 많은 지식을 얻어 갈 수 있는 유익한 책입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책에 인용된 대부분의 자료가 미국의 통계라는 점이었어요. 한국의 통계를 참고 자료로 올려주면 더 유익했을 것 같아요.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으니까.
뇌과학 쪽에 관심이 있거나 치매, 알츠하이머 등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따뜻한 위로와 조언이 담긴 책이라는 점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