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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숲길 Jul 13. 2022

너는 나의 귀여운 보호자

엄마 가방은 내게 맡겨요.

 


"엄마,  나갈 때 잊지 말고 우산 챙겨. 오늘 비 온대."

등교하는 아들이 당부하며 현관문을 나섭니다.

" 그래, 비 온다고 하더라. 꼭 챙겨갈게."


    올해 10살인 아들은 7살 때부터 엄마를 챙기기 시작하더니 이제 제법 어른스러운 말투까지 더해져서 가끔은 엄마와 아들이 아니라 아빠와 딸 같아요. 까불 때는 천방지축 난리 블루스인데 가끔 어른 흉내 내는 걸 보면 얼마나 재미난지 몰라요. 아기 같은 얼굴에 아저씨 같은 말투랍니다. 하하하.


    아이가 7살 때, 손목과 손이 많이 아파서 운전하는 것조차 힘든 적이 있었어요. 내 아픈 손과 손가락을 잡고 안타까워 하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자꾸만  가방과 짐을 들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일곱 살 자그마한 아이한테 선뜻 가방을 내어주긴 미안해서 괜찮다고 하니까 어느 날 이렇게 말하네요.

"손가락 아픈 사람이 자꾸 무리하면 어떻게 해. 걱정 말고 나한테 맡겨. 엄마."

이미 다 큰 어른처럼 말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요즘도 둘이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무거운 짐이 있으면 자꾸 가져가서  힘자랑을 해요. 낑낑거리면서도 안 무거운 척 연기하는 걸 조금 지켜보다가 다시 가져온답니다.



     아들이 이렇게 엄마를  챙기게 된 이유는  아빠 때문인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출장 갈 때마다 늘 이렇게 말했거든요. "아빠 다녀올게. 아빠 없는 동안에는 우리 아들이 엄마 지켜줘야 해. 알겠지?" 이제 막 태어난 아이한테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을 때는 얼마나 웃음이 났는지 몰라요. 장난 같은 그 말을 그렇게 반복하더니 어느새 아이 가슴에 깊이 새겨진 모양입니다.


     아침에 우산 없이 현관문을 나서다가 아들이 한 말이 생각나서 얼른 우산을 챙겼어요. 밖에 나갔더니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아이 얼굴을 떠올렸어요. 동그랗게 웃는 얼굴, 나의 귀여운 보호자. 오늘도 엄마를 지켜줘서 고마워!



 #귀여운보호자 #비오는날 #10살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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