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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숲길 Jul 14. 2022

북적 북적, 가족이 모인 자리

작은 아버지의 예순번째 생신



    아버지의 팔 형제 중 여섯째 작은 아버지의 예순 번 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사방 팔방에서 온 가족이 모였다. 아버지 형제와 그 자녀들, 다시 그 자녀들의 자녀들이 모였으니 북적이는 것이 당연했다. 코로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를 만큼 일상을 되찾은 듯 우리는 먹고 마시며 축하를 나누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코로나가 두렵기도 하였다. 요즘에도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던데 혹여나 ... 하며 마음을 졸였지만 코로나로 유난 떨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으므로 얌전하게 있기로 했다.



    식사하면서 2년 후에 예순이 되는 작은 엄마가 갱년기 때문에 고달픈 속내를 드러내셨다. 아... 갱년기. 나에게도 곧 닥칠 시련의 시간들. 귀가 쫑긋해졌다. 아무리 갱년기라도 호르몬 조절을 위해 운동과 식품으로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50대 초반의 큰 집 언니와 너도 월경 끊어지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거라며 억울한 듯 말씀하시는 작은 엄마의 설전이 이어졌다. 이 문제의 답은 큰 언니의 월경이 끊긴 후 알게 될 것 같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큰 언니의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 사춘기를 무난히 넘겼듯 갱년기도 무난히 넘기고 싶은 욕심이랄까.



    식사 후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작은 엄마가 우리 엄마를 포함한 작은 엄마의 형님들에게 말씀하셨다.

"웃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속상해하고 인상 쓰면서 살 필요 있어요? 웃으면서 살아야지요. 안 그래, 정은아?" 말씀 끝에 갑작스럽게 소환된 나는 예 하고 가볍게 웃어넘겨도 될 일인데 굳이 한마디 했다. (제발 그러지 마!)

"작은 엄마, 저는 우는 것도 좋아요. 울고 싶을 땐 울어야지요. 화 날 땐 가끔 화도 내구요. 그래야 마음에 멍울이 풀리더라구요."

괜히 말했나 싶었지만 이미 말은 내 입을 떠났으니 멋쩍게 웃었다. 다른 어른들도 정은이 말이 맞는다며 거드는 바람에 더 어색해졌으나 작은엄마는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아니, 그랬으리라 믿는다.



여덟 명의 형제가 한 배에서 나와 얽히고 설키며 살아온 세월이 반 백 년이 넘었다. 첫째 큰 아버지가 80년 넘게 사셨으니 참 긴긴 세월이다. 긴 세월 동안 갖은 사연 많았으나 그래도 혈육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와 힘이 되었으리라. 태아부터 노년까지 모두 모인 자리, 간만에 만난 반가움에 회포를 푸는 모습이 정겹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울고 싶을 때 울고 웃을 일은 더더더 많았으면 좋겠다.



#팔형제 #환갑잔치 #예순번째생일 #대가족모임 #갱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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