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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이민진 장편소설

by 단아한 숲길

작가가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쓴 소설이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소설 '파친코'를 드디어 읽어보았어요.


가끔 소설을 읽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건 속도감이 엄청나다는 것. 일단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기 어려운 마력을 이번에도 체험했답니다. 물론 모든 소설이 그런 것은 아니지요. '파친코'는 탄탄한 스토리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었어요. 단순히 개인적 삶의 이야기가 아닌 역사적 서사가 담겨 있는 책이기에 더 매력적이었지요. 책 읽기에 속도가 나지 않을 때는 가끔씩 소설을 읽기로.


선자가 만약 한수를 만나지 않았다면 선자의 삶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만약 선자가 낳은 아들 노아에게 장애가 있었다면? 선자가 이삭의 친절한 배려를 거부했다면? 만약 경희에게도 아이들이 있었다면? 여러 가지 만약의 수를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아무리 유능해도 수많은 제약으로 인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환경에서 수많은 노아와 솔로몬이 직면했을 좌절감을 감히 예측할 수 없었어요. 그나마 경제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주는 파친코나 야쿠자였다는 가혹한 현실이 마음 아프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서 당당히 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기 쉽지 않았을 테지요. 막상 한국에 돌아온다 해도 한국에서조차 이방인이 되어버린 재일교포의 현실이 안타까웠답니다.


한수와 선자의 사랑은 끝내 어긋나고 일그러져 버렸어요. 뒤늦게라도 그들의 사랑이 편안해졌으면 했지만 결국 그들은 역사의 슬픈 기록으로 남고 말았죠. 4대에 걸친 재일교포들의 아픈 삶을 기록한 파친코를 읽고 나니 여운이 길어요. 여성, 장애인, 재외교포등 약자의 삶을 돌아보게 되네요. 애플사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이후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파친코, 드라마도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지만 활자를 통해 마주하는 감동은 또 다르더라고요. 시간을 순삭 하게 만들어주는 책 '파친코'의 매력에 빠져보기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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