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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by 단아한 숲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1985


☆알마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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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았을 때는 뭔가 재미있는 내용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다니! 이 얼마나 익살스러운가. 막상 책을 읽어 보니 예상과 전혀 달랐다. 그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이유는 내면적인 인식 불능증 때문이었다. 우뇌 손상으로 인한 시각화 능력의 장애 때문에 얼굴 인식 불능증을 겪고 있는 환자였던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사물과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다는 건 처음 들었기 때문에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의사로서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와 치료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저 임상 보고서와 같은 형식이었다면 별로 재미가 없었을 텐데 환자들을 질병 치료의 대상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녹아있다는 점이 에세이로서의 가치를 높여주는 듯하다. 다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뇌 손상으로 인해 일반적 범주를 벗어난 삶을 사는 소수의 사람들, 그들을 단순히 치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아니하고 인간적 진심을 다하는 의사의 인간미가 돋보인다. 일반인으로서 상상도 못할 만큼 혼란스러운 현실을 살아내고 있거나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마음이 겸허해진다. 나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입해 보면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우뇌가 정상 작용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의 사연은 참으로 다양하고도 놀라웠다.


이 책을 통해 올리버 색스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그들을 단순히 분류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 달라고 조언한다. 지능이 뒤떨어졌다고 해서 그들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까지 왜곡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듯하다. 세계를 구체적인 것, 상징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능이 낮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오히려 그들의 마음의 질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기에 더 고운 결을 가지고 있다고.



*** 세계를 구체적인 것, 상징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능이 낮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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