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돈이면 뭐든지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이럴수가! 좁은 수족관에 가두어 두고 훈련시켜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도 부족해서 등에 사람을 태우겠다는 구상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요?
기사를 클릭해서 보았더니 'vip 라이드 체험'으로 70분에 20만원의 비용을 받고 서핑을 하게 해 준다고 광고했다네요. 세상 그 어디에서 멸종 위기의 흰고래를 이런식으로 대한단 말입니까?
모 지역 씨월드에서 기획한 일이라는데, 이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동물 학대'를 이유로 맹렬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고 해요. 저 역시 이 일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약 3년전에 아이를 데리고 여수에 있는 아쿠아리움에 다녀온 일이 있었어요. 아기를 낳기 전에 남편이랑 둘이서 다녀 온 적도 있었기 때문에 두번째 방문이었지요. 그 날, 그곳에서 벨루가 두 마리를 보았어요. 거대한 몸집에 비해 너무 비좁은 수족관에서 벨루가 두 마리가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음악에 맞춰 훈련 받은 대로 움직이는 듯 했어요.
처음엔 바로 눈 앞에서 멸종위기의 흰 고래를 보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아이도 신기했는지 그 앞에서 한참 머물더라구요. 하지만 곧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죠. 그 곳에 있던 다른 바다생물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드 넓은 삶의 터전인 바다를 두고 그 비좁은 곳에 갇혀 있어야 하다니... 인간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혹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기 위해 희생되고 있는 그들이 참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물원에 갇힌 수 많은 동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단순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돈벌이 수단이 되어 버린 동물들을 보면 참 측은해요. 동물들을 보면서 즐겁지가 않더라구요. 마음이 답답해지기만 했어요. 그래서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에는 굳이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서 바다에 사는 고래에 비해 수명이 훨씬 짧다고 해요. 다른 바다생물도 마찬가지겠죠. 그런데도 굳이 그들을 잡아다가 구경거리로 삼아야 하는지, 어쩌면 인간이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자연을 가르쳐 주고 싶다면 숲이나 바다로 가는 게 훨씬 생생하고 효과적이죠. 그래서 우리 가족은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는 가지 않기로 했어요. 아이와도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는데 아이도 저랑 같은 마음이더라구요.
아주 먼 훗날에는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이 아득한 기억에 존재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좀 비현실적인 소망인가요? 그렇다고 아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 먼 훗날이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