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교정 2차 진행 중
이따금 지면으로 내가 쓴 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 샘터나 좋은 소리 혹은 공모전등에서. 다양한 글 속에 내 글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였다. 책을 받아 들고 페이지를 펼치면 기분이 참 묘하고 좋았다. 온전히 내가 쓴 글로만 채워진 책도 있었다. 주로 육아 일기를 책으로 제작하거나(4권) 남편에게 100일간 쓴 러브레터를 책으로 만드는 정도였다. 즉, 문학보다는 기록에 가까운 결과들이었다. 이 정도로도 행복하지만 내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브런치에 70일간 매일 시 한 편씩 써서 올린 후 자가출판 플랫폼인 부크크에서 출간하기로 한 것이다. 도전을 계획하고 시작하기까지 놀랍게도 불과 5분밖에 안 걸렸다. 참으로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언젠가는 책을 출간하겠다며 막연하게 살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불쑥 의욕이 솟았다. 뜬금없는 의욕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신이 났다. 낯선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평소에 시를 엄청나게 많이 썼던 것도 아니고, 눈물겹게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좋아했고 더 사랑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동안 써 두었던 시를 창고에서 꺼내 보았다. 먼지를 털고 가지런히 모양새를 갖추는가 하면 새로운 시를 보태기도 했다. 그리하여 결국 70편의 시를 마무리 지었다. (마음에 안 드는 시도 여럿이지만...) 자꾸 시를 생각하다 보니 심지어 꿈에서도 시를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큼 몰입된 시간이었다. 결과물이 아주 훌륭하진 않겠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브런치 작가님과 독자님들의 응원도 참으로 큰 힘이 되었다.
현재 2차 교정 진행 중이다. 디자인 플랫폼을 통해 표지 디자인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서 첫 번째로 고민되는 건 시만 실을 것인가, 시와 함께 짧은 글을 넣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시는 3~4차에 걸쳐 다듬을 것이고, 글은 쓰게 된다면 새롭게 다시 쓸 것이다. 시를 설명해 주는 식의 글은 지양하되 다정한 마음을 담고 싶다.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가 출판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책을 만드는 경험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가출판만의 장점도 매력적이다.
주문과 동시에 제작되는 시스템이라서 물자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과 중간에 오타나 수정할 부분을 발견하면 조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선택한 부크크 출판사의 경우 브런치와 연계되어 있어서 브런치 작가만의 작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브런치를 통해 원고를 다운로드할 수 있고, 저자 인세 1%를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고 나서 책을 받아보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브런치에서 글을 써서 부크크로 자가 출판할 계획이라면 매거진에 글을 써야 한다. 필자는 그걸 몰라서 브런치북으로 연재했었다. 60개의 시를 다시 매거진으로 옮겨야 할 상황이다. 자가출판을 계획하는 작가님이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이 점을 꼭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연재 브런치북은 출판사와 연계해서 출간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릴 경우 쓰는 게 좋을듯하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브런치를 쓰임새에 맞게 잘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다.
평소 나답지 않게 주변 가까운 지인들에게 12월 안에 시집이 나올 거라고 소문을 냈다. 그래야 더 책임감 있게 실천할 것 같아서였다. 소문을 내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했고 막상 해보니 점점 뻔뻔해져서 괜찮았다. 그리고 지금은 2차 교정 작업 진행 중이다. 처음 가는 길이라 낯설고 막막하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최상의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정성을 가득 부을 생각이다. 첫 시집을 손에 받아 든 그날을 상상한다. 상상만으로 날아갈듯하다.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죠가 자신의 첫 책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행복해 하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미소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