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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거칠어질 때는
'타임'이라고 말해요.

한 템포 쉬어가는 지혜

by 단아한 숲길




어느 날 문득 우리 가족의 모습을

한 발치 떨어져서 바라보니 가관이었다.

우리는 제법 공격적인 말투로

서로에게 날카로운 화살을 던지고 있었다.


"엄마가 먼저 그랬으니까 내가 이러는 거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당신 도대체 왜 이래?"

"어이구, 어지간히도 잘하겠다."


인정하기 싫지만

전에 비해 우리는 상당히 예민하고 날카로워졌다.

서로 장난치며 웃다가도

갑작스럽게 상황이 돌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고 울적한 날씨가 이어지며

홍수로 인한 암울한 소식들까지 들려오다 보니

알게 모르게 마음이 지쳤나 보다.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공격 본능이

깨어나 우리를 지배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 '금쪽같은 내새끼'라는 프로그램에서

육아에 대한 금쪽 처방을 내려주던데

우리에게도 뭔가 처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곰곰이 생각하다가

번뜩 떠오른 처방이 있었다.

상대방의 말투가 거칠어지면

즉시 '타임'을 외치는 것이다.

'일단정지' ,'심호흡', '릴랙스'

이런 의미인 동시에 나도 모르게 거칠어진

말투를 점검하자는 의미다.


다행히 남편과 아들은 나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서로의 말투가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왜 그렇게 거칠게 말하냐는 비난이나

거친 맞대응 대신

그냥 간단하게 한 단어만 외친다.


"타임!"


타임을 외치고 나면 잠시 침묵이 흐르고

바로 이어서 웃음이 터진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마법 같다.


가끔 억울해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적합한

처방인 건 맞다.

전보다 말투를 의식하게 되었고

상대가 타임을 외치는 순간

방금 전의 말투를 돌아보면서 미안하다고

표현할 줄도 알게 되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따지는 건

애당초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냥 심플하게 '타임'을 외치면 그만이다.


감정이 선을 넘어 서로에게 상처를 내기 전에

필요한 건 릴랙스.

참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서 추천해본다.

(어디선가 본 것을 무의식 중에 기억하고

따라 하는 걸지도 모름. 어쨌든 효과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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