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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의 아들에게 쓰는 편지.

열여덟살의 너는 어떻게 자라 있을까.

by 단아한 숲길


한여름의 강렬한 더위와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더니


결국 가을이 왔다.


2020년의 가을, 사진으로 많이 남겼지만


너와 나의 기억에는 어떤 색채로 남을까?




아들아, 오늘은 엄마가 열여덟 살의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해.


10년 후


너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궁금해.






엄마와 둘이서 동네 뒷산으로


등산 다녀온 날


사진을 보면 기억할 수 있을까?


(2020. 9.23)




등산 갈 때 웬 킥보드냐며


두고 가자고 해도 고집을 부리더니만


들고 오르내리느라 고생 좀 했었지.


계단이 많아서 힘드니까 입구에 두고 가자고 해도


킥보드를 번쩍 들고 계단 꼭대기까지


가져가고 마는 너의 집념...



사진은 이렇게 사소한 순간을


기억하며 미소 짓게 해주는구나.


그래서 자꾸만 사진을 찍나 봐~



힘들어도 괜찮은 척 ㅋㅋ


몽글몽글 구름과 파란 하늘이


너무 이뻤던 날이었어.


엄마는 모처럼의 등산에 땀을 삐질삐질


숨도 헉헉대며 산을 탔었지.


아들아,


왕복 한시간의 짧은 산행이었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참 행복했어.


(아빠는 출장)



쉬지 않고 지즐대는 작고 귀여운 새가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든든하던지!


겁 많은 엄마라서 혼자서는 산에 못가거든.


네가 있어서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어.



오랜만에 숲에 갔더니 숨이 차서


곧 쓰러질 것처럼 힘들었지만


목표한 곳까지 다녀오고 나니


작은 성취감에 뿌듯했었지.


오구 오구, 많이 힘들었져?






몸이 약한 데다 노산이라서


체력적으로 참 많이 힘들었지만


이렇게 잘 자라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열여덟 살의 너는 더 의젓하고


제법 어른스러워져 있겠지?



숲길에 떨어진 알밤과 도토리를 주우며


들떴던 우리


도토리는 다람쥐에게 반납하고


밤 몇 개를 집에 가져가서


삶아 먹으면서 맛있어서 감탄했던 기억


모든 게 참 소중하다.



아들아, 그날 예뻤던 하늘만큼


너의 인생도 아름답기를 소망한다.


늘 화창할 수는 없겠지만,


마음이 강하고 맑은 사람에게는


고난이나 고통이 와도 이겨낼 힘과


지혜가 있음을 믿는다.



엄마는 네가 잘 난 사람이 되기보다는


인격적이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뜬금없이 고백하듯 네가 한말,


엄마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는


말에 엄마는 참 많이 행복하구나.


사랑스럽고 고마운 녀석!




2020년 깊어져가는 가을에


사랑을 담아 남기는 엄마의 짧은 편지.


10년 후쯤 네가 이 글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들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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