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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 온 아이.

by 단아한 숲길
DSC08816.JPG photo by jeoung eun


며칠 전 일이다.

낮에 회사에서 직장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가

재미있는 얘기가 나왔다.

"난 어렸을 때 다리에서 주워왔다는 말 듣고

진짜 엄마 찾으려고 집 나갔었어. 그러다 길

잃어서 미아 될 뻔했잖아."

"엥? 그 말을 진짜 믿었어?"

"응, 동네 아저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주워 온 다리 이름까지 말해줬거든.

그러니 순진한 내가 속았지."

우린 다 함께 깔깔 웃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한 번쯤은 들어 본 이야기 아닐까?

퇴근하고 집에 가서 책 읽고 있는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을 애써

진정시키고 아들한테 말했다.

"아들, 엄마가 비밀 하나 말해줄게. 네가

엄마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말해주려고

지금껏 말을 안 했었거든."

"뭔데?"

비밀이라는 단어에 솔깃한 아들이 얼른

옆에 와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사실은...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전에 살던 집 근처에 공원 쪽으로 가다 보면

다리 있던 거 기억나지? 거기에서..."

아들은 그 말을 듣고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갑자기 웃었다.

"괜찮아. 그래도 엄마는 내 엄마야."

"물론 키워준 엄마도 엄마 맞지. 그런데

낳아 준 엄마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응. 난 엄마만 있으면 돼. 엄마를 사랑하니까."

아들이 내 품에 포옥 안겼다.

아들 손을 가만히 내 손에 포개며 말했다.

"엄마 말 진짜 믿었어? 사실은 엄마가

장난한거야."

"아, 뭐야. 왜 장난을 하고 그래."

"자 엄마랑 네 손을 잘 봐. 똑같이 생겼잖아.

손톱까지 똑같지? 그 뿐 아니라 얼굴 동그란

거랑 이마 넓은거까지. 내 아들 아니면 이렇게

닮을 수 가 없지."

"휴우, 다행이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아들, 사랑해."

"엄마, 나도 사랑해."

우리는 마주보며 웃었다. 마주 본 서로의 눈매와

동그란 얼굴이 참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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