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낮에 회사에서 직장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가
재미있는 얘기가 나왔다.
"난 어렸을 때 다리에서 주워왔다는 말 듣고
진짜 엄마 찾으려고 집 나갔었어. 그러다 길
잃어서 미아 될 뻔했잖아."
"엥? 그 말을 진짜 믿었어?"
"응, 동네 아저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주워 온 다리 이름까지 말해줬거든.
그러니 순진한 내가 속았지."
우린 다 함께 깔깔 웃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한 번쯤은 들어 본 이야기 아닐까?
퇴근하고 집에 가서 책 읽고 있는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을 애써
진정시키고 아들한테 말했다.
"아들, 엄마가 비밀 하나 말해줄게. 네가
엄마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말해주려고
지금껏 말을 안 했었거든."
"뭔데?"
비밀이라는 단어에 솔깃한 아들이 얼른
옆에 와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사실은...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전에 살던 집 근처에 공원 쪽으로 가다 보면
다리 있던 거 기억나지? 거기에서..."
아들은 그 말을 듣고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갑자기 웃었다.
"괜찮아. 그래도 엄마는 내 엄마야."
"물론 키워준 엄마도 엄마 맞지. 그런데
낳아 준 엄마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응. 난 엄마만 있으면 돼. 엄마를 사랑하니까."
아들이 내 품에 포옥 안겼다.
아들 손을 가만히 내 손에 포개며 말했다.
"엄마 말 진짜 믿었어? 사실은 엄마가
장난한거야."
"아, 뭐야. 왜 장난을 하고 그래."
"자 엄마랑 네 손을 잘 봐. 똑같이 생겼잖아.
손톱까지 똑같지? 그 뿐 아니라 얼굴 동그란
거랑 이마 넓은거까지. 내 아들 아니면 이렇게
닮을 수 가 없지."
"휴우, 다행이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아들, 사랑해."
"엄마, 나도 사랑해."
우리는 마주보며 웃었다. 마주 본 서로의 눈매와
동그란 얼굴이 참 많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