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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순간

싹둑싹둑

by 단아한 숲길



"앞머리가 너무 많이 자랐다. 오늘은 미용실에 꼭 가자."


"싫어. 안 갈 거야. 그냥 엄마가 잘라줘."


"엄마는 자신 없어. 그냥 미용실 가자."


"혹시 잘 못 잘라서 친구들이 놀려도 뭐라고 하지 않을게. 제발."


"진짜지? 약속했어."



나를 닮아 딱 달라붙는 참 머리인데다 이마까지 넓은 우리 아들. 앞머리가 길어질수록 이마가 지나치게 넓어 보이는 이상한 현상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미용실에 좀 데려가려고 해도 어찌나 뺀질거리는지... 결국 가위를 들고 아이와 함께 욕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무슨 용기였는지 과감하게 가위를 움직였다.



"눈 감아봐. 그렇지. 싹둑싹둑."


감은 눈 위로 떨어지는 까슬한 머리카락 느낌이 싫어서인지 아이는 자꾸 고개를 숙였다.


"안돼, 고개 들어봐."


자꾸 고개를 숙이니 높이를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몇 번 가위질 끝에 잠시 멈추고 고개를 정면으로 해보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앞머리를 너무 짧게 잘라놔서 수습 불능의 상태가 되어 있었다. ㅠㅠ



"얼른 잠바 입어!"


"엄마, 왜?"


"최대한 빠르게 미용실로 달려가야 해."


그 말을 듣고 욕실 거울에 제 얼굴을 비춰본 아이는 웃을까 울을까 망설이는 표정이 되었다.


"얼른 옷 입으라니까!"



미용실 문 닫을 시간이 이미 지났지만,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미용실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횡단보도를 건너 숨을 헐떡이며 미용실에 도착했을 때, 미용실에는 한 분의 손님이 앉아 있었고 또 다른 손님이 들어서고 있었다.



"휴, 다행이다. 수습할 수 있겠어."


이미 문 닫을 시간이 지났는데 두 팀이나 들이닥치니 미용사 두 분이 당황하셨지만, 다행히 받아주셨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미용실 가기 싫다고 우겨서 제가 잘 해 보려다가 이렇게 됐어요. 수습 좀 부탁드려요."


묻지도 않는데 괜히 민망해서 간단히 설명을 했다.


"다음부턴 버티지 말고 바로 엄마 따라서 와야 해. 알겠지?"


미용사님의 말에 아들은 대답하지 않고 딴청만 피웠다.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약 10분 동안 전문가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엔 새로운 평화가 깃들었다. 너무 짧아져 버린 앞머리가 여전히 우스워 보이긴 했지만 좀 전보다는 한결 나아 졌다.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도와주신 미용사님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비용을 두 배로 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아들아, 열심히 먹어. 그래야 머리카락 쑥쑥 자라지. 2주일쯤 지나면 조금 나아질 거야."


"2주일이면 열 네 밤이잖아. 그렇게나 많이?"


"그러니까 담부터는 버티지 마. 알겠어?"


"아유, 알았으니 이제 그만해."



미용실에 다녀온 아들을 보고 남편은 너무 귀엽다며 신나게 웃어댄다. 가만히 보니 귀여운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렇다고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여하튼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최근 들어 가장 아찔한 순간이었다.


"엄마,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귀엽대."


돌봄 교실에 다녀온 아이의 말에 살짝 마음이 놓였다.


"휴우,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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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머리보다 더 짧은 상태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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