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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한 마리

동심이란 이런 것!

by 단아한 숲길


동네 마트에 갔다가 톱밥 속에 가만히 앉아있는 꽃게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어, 꽃게네. 된장찌개에 꽃게 넣어먹으면 맛있는데!"

내가 먼저 입맛을 다시면서 한마디 했다. 함께 장 보러 간 아들 녀석의 시선도 꽃게로 옮겨졌다.

"엄마, 우리 꽃게 사자."

"그럴까? 집에 가서 꽃게 된장찌개 해 먹으면 되겠다."

그때 마트 아저씨가 슬쩍 끼어들며 말씀하셨다.

"얘가 마지막입니다. 죽었지만 아직 싱싱해요."


"엄마, 그냥 사지 말자."

죽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아들이 얼른 말을 뱉었다. 나 역시 다른 날 싱싱한 게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들과 통한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담아두었던 식료품들을 계산한 후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아들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꽃게를 사지 말자고 했어?"

"응. 사실은..."

"뭔데, 말해봐. 싱싱하지 않아서?"

"아니, 살아 있으면 엄마 몰래 바다에 놓아주려고 했지."

"뭐라고? 푸하하! 그런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


순수하고 대책 없는 아이의 대답에 웃음이 터졌다. 바다에 있어야 할 꽃게가 마트에 있는 게 안쓰러워 보인 모양이다. 불쌍한 꽃게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다가 집 앞도 아닌데 어떻게 바다에 몰래 놓아준단 말인가.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은 그 모든 걸 뛰어넘는 힘이 있다.


만약 살아있는 꽃게를 사게 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이는 꽃게 된장찌개 생각에 신나있는 엄마를 보며 고민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저 불쌍한 꽃게를 살려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엄마를 설득해 보려고 노력하거나 몰래 게를 숨겨 놓고 바다에 풀어줄 방법을 궁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정말로 꽃게를 바다에 놓아주게 되면 아이는 얼마나 신이 날까?


어느새 혼자 상상을 하다가 살을 더 붙여서 짤막한 동화를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전에 두 편의 동화를 써 본 적은 있지만 내가 봐도 어설픈 동화라서 말하기도 부끄럽다. 더 늦기전에 다시 한번 동화에 도전해 볼까?


아이와 함께 하다 보면 동심의 혜택이 주어진다.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소중한 동심 에너지를 챙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소 지어본다. 아이와 함께라서 아이처럼 맑아지는 이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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