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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물흐르듯 살기

by 단아한 숲길

자주 연락하는 언니가 카톡으로 물었다.

"새해에 멋진 계획 세웠냐?"

"건강, 기도, 글쓰기 세 가지랑 영어. 언니는?"

"늦잠 자기, 티브이 실컷 보기, 스트레스 안 받기.

올해는 대충 살기로 물 흐르듯이."

대충 물 흐르듯 산다...

갑자기 이 말이 멋지게 느껴졌다.

언니에게 엄지 척을 해주고 나서

생각이 깊어졌다.

갈 길이 먼 걸 알면서도

끊임없는 욕심에 허덕이는 나.

대충 육아는 그런대로 되는 것 같은데

오히려 나 자신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보니 자주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다. 한 때는 내가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이라고 착각하며

살았었는데 최근에서야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해야 할 일도 너무 많다.

회사에 가도 일이 많고, 집에 와도 일이 많다.

회사는 초기 기업이다 보니 저절로 일이 많고

집에서는 스스로 일을 만들어 하다 보니 많다.

(모든 일을 재미있게 느끼고 관심사가 많다보니

더 바쁘기도 함.)

영어도 잘 하고 싶고, 건강도 잘 챙기고 싶다.

신앙생활도 잘 하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으며

그림도 잘 그리고 싶다. 내게 주어진

엄마, 아내, 딸, 며느리의 역할도 잘 하고 싶다.

(그래서 시간적 한계를 많이 느낀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듯

모든 일을 잘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바둥거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S 언니가 말한 것처럼 대충 물 흐르듯이 살면

어떨까? 과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느리고 여유롭게 살면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살면

그것도 의미 있고 멋질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텐데... 한순간에 될 일은 아닌듯하다.

그러니 올해엔 나를 변화시키는 게 숙제다.

기존에 하던 방식을 벗어나서 새롭게.

낡은 방식을 벗어나 더 온전한 방식으로

한 번뿐인 인생 더 멋지게 살기 위해!


SE-7e065e76-5344-11eb-9625-03f7ac2fe05d.jpg?type=w966 사진 찍는 내 모습 - 두번째 수채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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