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차에 태우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수영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가 신체적 불편함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물속에 들어가면 팔만 있거나 다리만 있는 사람도 수영을 할 수 있어."
"정말? 진짜 그게 가능해요?"
"그럼, 심지어 팔다리가 없는 사람도 수영을 하던걸. 팔다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없는 사람이 말이야."
"그건 어려울 거 같은데..."
"예전에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을 쓴 일본 사람인데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었대. 근데도 수영을 잘하더라고. 우린 팔다리 다 있는데도 불평하며 힘들다고 하는데 팔다리가 없어도 다 해내는 모습이 감동이었어"
"우와, 대단하다. 나도 반성!"
"집에 가면 엄마가 사진 찾아서 보여줄게."
집에 도착한 후 간단히 씻고 나서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오래전에 내게 희망과 감동을 주었던 저자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지 절단증을 가진 장애인으로 태어났지만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하나의 개성으로 여기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공개했던 오토다케.
사지가 없는데도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아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판으로 '오체 불만족'이라고 입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1998년에 출간된 '오체불만족'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반성을 불러일으켰고, 작가를 향한 찬사가 쏟아졌었다. 그 이후 대학 후배와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잘 지내는 듯 보였는데 2016년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모함 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은 오보였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보았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기사가 어떻게 사실일 수 있단 말인가.
정신력이 대단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건전하라는 법은 없는 것인지, 부와 명예를 거머쥔 뒤 변질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초등 교과서에도 실렸었다고 하던데... 이토록 진한 배신감을 안겨주다니... 옆에 있는 아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해서 사진만 슬쩍 보여주었다.
그의 최근 행보를 보니 더 놀라웠다. 20세 연하의 어린 여자 친구를 사귀고 있으며 유튜버로 변신했다는 내용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요즘 말로 '멘탈 최강'이다. 여자 친구 얘기는 그렇다 치고 숨어서 지내도 부족할 판에 당당히 세상에 나설 수 있는 그의 뻔뻔함이 매우 기이하게 여겨졌다. 만약 이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괜히 검색했다. 누군가 내 마음에 들어와 지저분한 낙서를 해 놓은 듯한 기분이다. 희망이라 여겼던 무엇인가가 추하게 변질된 모습을 보는 일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이런 기분을 지우개로 스윽스윽 지워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