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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Mar 05. 2020

시작한다. 셀프 인테리어!

처음부터 쉬운건 하나도 없지

셀프 인테리어계의 명언이 있다.


시작할 땐 초보.
끝날 땐 전문가.


 우리는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땐 초보이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적성에 맞는다 싶으면 전업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결국 내 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자 스스로 가게를 꾸미고 싶은 욕망이 더 커졌다. 내 적성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이 흐름이 멋있었다. 티브이에서 봤던 어떤 가구 제작자가 생각났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됐어요. 사업을 위해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전업을 해버렸죠. 맞춤 제작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이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회사가 커 버렸네요. 하하"


그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가볍게 시작하는 거지.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이렇게 될 줄 몰랐던 척. 여유 있게 취미를 즐긴 척하면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취미로 즐기다가 업을 전환하고 결국 성공하는 스토리는 책으로 나오면 대박이겠다. 인간극장 같은 곳에서 섭외도 오고, 강연 요청도 엄청 많아지겠지? 너무 신나겠다. 김칫국 좀 마시면 어때? 진짜 이렇게 될지도 모르잖아?




3년 전 퇴사를 하고 공백 기간 동안 목공 수업을 배웠었다. 회사에서 책상에 앉아 일만 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뭔가 활동적이고 몸을 쓰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건 내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내가 살집을 직접 만드는 로망. 상상만으로도 나를 꽤나 짜릿하게 만들었다.


목공 수업은 가구 만들기와 목조주택 짓기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는데 가구 만들기를 배우면 매우 실용적이겠지만 집 짓는 일이 더 어려울 테니 목조주택 수업을 들으면 자연스레 가구 만들기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목공을 해본 적이 없으니 단순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건 나의 로망에 한 발짝 다가가는 것이기에 생각과 행동이 기가 막히게 일치하는 이 상황에 스스로 감탄했다.


수업은 한 달이었지만 직접 도면을 그리는 것부터 작지만 집을 짓고 부수는 과정을 직접 해 볼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는 없었고 수강생 10명 정도가 다 같이 집 한 채를 만들었다. 남는 나무로 테이블이나 의자 따위를 만들어 보기도 했고, 다양한 목공 장비들을 다뤄볼 수 있었다.


수업은 정말 체계적이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수업이 끝나고 나는 깨달았다. 집은 절대 혼자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나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게 적성에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셀프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싱크대, 카운터를 직접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전에 목공 수업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아직 내 적성은 못 찾았지만 이때 배웠던 목공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무엇이든 배워놓으면 꼭 한 번은 내 삶에 써먹을 일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혹시 셀프 인테리어가 또 내 적성에 맞을지도 모르고.





2017년 퇴사 후 2년간 부부세계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 끝나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IT맨에서 독립서점의 주인이 되었고

독립서점 및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를 부부가 함께 운영중이다.


책을 좋아하는 공대생의 책방 창업과 셀프인테리어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30대가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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