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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림 3시간전

[프롤로그] 평범한 인생의 독백

 한입 베어 문 4500원짜리 디저트


아직 겨울의 찬기가 채 빠지기 전인 3월 초에 태어났고, 감수성 넘치는 아버지와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었지만 다소 엄격하다고 착각을 하게 한 어머니 사이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예의 바르고 나름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나에게서 두 분의 혼합된 유산을 발견할 때면 그들이 원하는 모습일까, 나의 쓸모는 그들이 만족하는 걸까라는 기대감과 부담감이 몰려온다. 학생일 때는 '원하는 것은 대학 가서 모두 할 수 있어'라는 어른들의 말에 속아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삶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을 버텨냈다. 친구들과의 우정도, 간질거리는 첫사랑의 인연도, 독서를 비롯한 비교과 활동은 시간 낭비라고 치부하며 반 학우들보다 뒤처질까 마음 조리며 하루하루 지냈다. 대학졸업장의 투자수익률이 주식보다는 2배, 부동산보다는 5배 이상의 높음 [1]을 철석같이 믿으며 학군지를 고집하고 기어코 대학진학을 성공시키는 어른들의 기대에 나는 적합한 아이로 컸을까. 그 당시 나의 내면은 무척이나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존재와 가치는 어느 길로 향해 가고 있는지, 개근상을 매학년 퀘스트 꿰듯이 늘려가며 이 습관과 리듬이 인생 항해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인지, 옆자리 짝꿍은 나를 친구라고 여기는지 끊임없는 의심과 자기 독백으로 12년의 학창 시절에 마침표를 찍었다.


졸업은 그다지 상쾌함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가두고 있던 무언가로부터 자유를 얻어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새끼 코끼리처럼 두리번거리기만 반복했다. 어른들은 나의 방황이 모두가 겪는 시기라고 사려 깊은 척 관조하였고 그 속에서 인생 최대의 방황과 고독, 불행을 맛봐야 했다. 나를 향한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나에게 끊기다만 밧줄 같아서 뭐라도 해내야만 하고 부끄럽게 해서는 안될 것 같은 불안한 상태를 선사했다. 행복한 청춘 시절? 대학 생활? 그런 건 나에게 없었다. 그저 자랑스러워야만 하는 딸이어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어쩔 줄 몰라하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침울했던 청춘을 붙잡고 무슨 말이라도 해주러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다시 그 끝없던 불안과 분노, 방황의 시기에 절망하고 괴로워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Reference

[1] 부의 인문학. 우석 지음.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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