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분당, 서울, 고양, 부여, 하동
셋째 날, 실로 오래간만에 여의도에서 아침 햇살을 맞이한 것 같다. 여의도에 숙소를 잡은 건 아이가 국회의사당에 가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여의도는 역시 한적하다. 인근의 대형 교회 신도들 외에는 사람들이 별로 드나들지 않기에.
나갈 채비를 마치고 우리는 먼저 고양시로 향했다. 아내는 지인을 만나러, 아이는 동네 마실이나 다름없던 스타필드로, 나는 나의 조깅코스인 창릉천으로 가기 위해. 각자 일정을 마친 후에 우리는 다시 만나서 여의도로 복귀했다. 오래간만에 IFC몰도 가보고. 그리고 뉴스로만 봤던 '더 현대' 건물과 그 주변은 꽤나 웅장한 자태랄까? 아무튼 뭔가 지방 사람 티가 스스로 나는 느낌이었다ㅎㅎㅎ
넷째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을 한 뒤, 우리는 국회로 향했다. 날씨가 좋은 주말의 국회의사당은 그야말로 최고의 휴식공간이지 싶다. 천연잔디, 울창한 숲, 화사한 꽃, 다양한 장식물, 멋진 경관 등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곳이다. 우리는 오래간만에 따뜻한 햇살과 함께 잔디밭에서 뛰고 걷고 꽃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이의 학교 보고서를 위한 여러 사진들도 찰칵찰칵!
그런 다음, 우리는 마지막 여행지, 부여로 향했다.
연꽃이 만발하지 않는 궁남지의 모습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오히려 그 당시보다 이번의 궁남지가 그 자태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때에 비하면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 걸까? 차분하게 다니면서 더없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에.
이어서 황포돛배를 타러 백마강으로 갔다. 앞서도 타본 적이 있어 이번에도 가게 됐는데, 가는 길에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수륙양용 관광버스 체험 광고였다. 긴가민가해서 안내 전화번호를 눌러 통화를 시도한 결과 운영을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인기가 많길래 당일 예약이 다 끝났다는 것이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캐나다에서 이런 버스를 운영한다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사업이 시행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한편, 다음날은 또 휴무라고 하여, 결국 우리는 아쉬움을 머금고 황포돛배를 타러 갔다. 그런데 돛배에서 이 버스가 백마강 위를 오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놀라워, 완전 놀라워!
점심식사 장소를 물색하여 찾은 곳이 마침 화개장터 부근이었다. 섬진강의 특산물인 재첩을 재료로 하여 파스타를 만들어내는 식당(벚꽃경양식)이었는데, 정말 별미였다. 왜 맛집이라고 소개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맛점 후에 우리는 자연스레 다리를 건너 화개장터로 향했다.
화개장터 역시 꽤 오래전에 아내와 함께 와본 적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때는 지금처럼 뭔가 갖춰진 느낌이 아닌 휑한 느낌이어서, 이게 뭔가 하는 좀 실망스러운 기분이었다. 그나마 기억나는 건 옛 모습의 대장간에서 실제로 대장장이 분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정도랄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 대장간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그게 좀 아쉬웠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화개장터의 옛 모습이 복원되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질 좋은 송이버섯과 특산품인 재첩국도 많이 사고.
화개장터 구경을 마친 후, 우리는 마지막 장소인 '토지'의 배경인 최참판댁으로 향했다. 이곳은 우리 부부가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아내가 이곳을 좋아하여 이번에 오게 됐다. 익숙한 길과 장소여서 우리는 곧장 최참판 댁으로 들어가 너른 들판과 섬진강을 조망할 수 있는 대청마루 쪽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맑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때로는 누워서 때로는 가만히 앉아서 그 시간을 온전히 누렸다.
※ 최참판댁을 여러 번 오면서도 안내문을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다. 문득 최참판댁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인지 의문이 일어 들어가는 초입에 안내문을 유심히 읽었다. 결과는 아니올시다였다. 위치나 주변 모습을 보면 언뜻 실제로 존재했던 곳이라는 생각이 강렬해지는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1987년 토지가 드라마로 나오면서부터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는데 아무것도 없어 실망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이에 하동군과 경상남도가 예산을 들여서 '최참판댁'을 조성했다고 한다. 참고.
4박 5일간의 서울 나들이는 서울을 필두로 한 사실상의 내륙 투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한 번 이상 가봤던 곳을 다시 가는 여정이었는데, 그래도 좋았던 것은 가는 곳 하나하나 익숙함보다는 새로움과 즐거움이 여전했다는 것이다. 마침 봄날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날씨도 좋아, 좀 더 경쾌하고 여유로운 세 식구의 봄 나들이 여행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 확연히 드러난 점은 이제 장거리 및 장기간 여행의 경우 여러 차례의 이동보다는 한 곳에서 오래 지내는 게 낫겠다는 점이었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몸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몸소 체감한다. 무리하게 하다 보면 곧바로 몸에 반응이 나타나고, 또 이를 위해 약을 먹으면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점이 그렇다. 아내는 잘 다녀온 후 이튿날부터 몸의 컨디션이 가라앉았다. 정말 둘 다 상태가 왜 이러니?!
결국... 병 주고 약 준 봄 나들이였던가?!^^*
2021.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