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라디오 방송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에서 언급된 구엘 공원.
바르셀로나, 가우디 등 처음 몇 마디를 듣자마자 곧바로 구엘 공원에 대한 얘기구나라고 직감했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생생함이 잊히지 않기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02년 봄, 정준호 씨와 고 장진영 씨가 출연한 현대카드 광고의 이 카피는 내 머릿속을 강타했습니다.
제대하자마자 2년여 동안 쉼 없이 달려온 탓인지, 이 카피를 듣는 순간 '그래 그동안 열심히 일한 나도 한번 떠나보자'라는 생각이 한순간에 밀려왔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학업과 병행하던 중앙 일간지 편집국의 야간 알바를 정리하고, 박박 긁어모은 돈으로는 다음 학기 등록금과 여행자금을 마련한 후,
월드컵 준결승전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나는 홀로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말 한마디의 힘은 이렇게 큰 것 같습니다.
6월 29일에 출국하여 8월 3일에 귀국하였으니 꼬박 36일의 꽤 긴 일정이었습니다.
그중 3일을 바르셀로나에 있었는데, 생애 첫 배낭여행인 데다 여행 초반부의 일정이어서 그런지 아직도 바르셀로나의 기억은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부족한 금전 탓에 대부분의 지역을 걸어 다녀서 더 새록새록한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방문지의 엽서는 여행자들의 필수템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엽서를 따라 두 곳 모두 찾아갔습니다. 오른쪽은 서울의 남산 같은 곳이라면 될듯.
어떻게 하여 가우디를 인식하고 있었을까요?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마자 그저 가우디의 대표작들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공동구매를 통해 항공편을 마련한 관계로 20여 명이 함께 출국하게 됐는데, 그때 주워들은 얘기가 뇌리에 깊이 박히게 된 게 아닌지...
파리에서 야간열차를 통해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후 나는 무작정 가우디 작품을 찾아 이곳저곳을 누볐습니다.
까사미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등.
뭔지도 모르고 그저 유명하다 싶은 곳을 가야만 하는 초보 여행자들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의 마라톤 코스와 신대륙을 향했던 콜럼버스도 찾아 나섰는데, 이 역시 초보 여행자들의 모습 그대로였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찾아보니 꽤 쓸 만한 것들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그 유명한 가우디의 대표작들입니다.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고 또 바르셀로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앉아 있었기에 구엘 공원은 아직도 눈에 선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구엘 공원은 정말 독특하긴 했습니다.
꽃과 풀과 나무와 곤충, 그리고 그 속에서 뽑아낸 곡선의 아름다움이 말입니다.
구엘 공원의 동굴과 같은 독특한 통로. 그리고 구엘 공원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가우디는 어린 시절 다리가 아파서 신체활동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주변 자연을 관찰하는 습관이 형성됐고, 그로 인해 가우디 만의 심미안인 유려한 곡선미가 건축에 투영됐다고 합니다.
그때 처음 봤을 때도 나름 인상 깊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생겨 다시 보게 되면 더 깊이 있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바르셀로나, 그리고 카탈루냐를.
엽서에 있는 곳들을 찾아가서 찍은 사진들. 아래는 바르셀로나 시청 광장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분수쇼.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청 뒤편으론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이 위치.
라디오 방송에서 언급된 구엘 공원 덕분에 20년 전 이맘때의 유럽여행이 함께 생각났습니다.
그때 마구잡이로 찍어 놓은 사진이 지금도 잘 보관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찾아볼 일입니다.
플라멩코는 정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뇌리에 아주 선명히 각인된 환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귀국 후 스페인이 계속 생각난 이유 중에 하나였습니다.
20년 전 오늘은 파리 드골 공항에서 3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날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유럽 배낭여행, 나이 먹어 50줄에 다시 해볼 수 있을는지...
...
열심히 일한 당신이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 20주년을 회고하며.
2022. 8. 2.
※ 집에 돌아와서 오래전 사진을 펼쳐보았습니다.
막 찍은듯해도 괜찮은 사진들이 꽤 있어 이렇게 다시 정리하여 올려봅니다.
게시된 사진을 보니 여행이 나름 꽤 그럴싸해 보입니다.
부족한 자금 탓에 거지 같이 다녔지만, 그래도 20대의 모험심 덕분에 두 다리를 분주히 움직여 인생의 여러 컷들을 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20주년 회고전을 틈틈이 가져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