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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러 Jul 26. 2022

단상, 서울 출장길에서.

# with 지구 구경 & 한강 구경 & 지하철 사람 구경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 어느덧 열한 달,

내일 오전에 있을 회의 참석차 오래간만에 서울로 향한다.


늘 그렇듯, 외려 고향을 향하는 기분이다.


머리가 굵어진 후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서 그런 듯하다.


귀향 2년, 생물학적 고향과 사회적 고향의 경계 그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살펴보니 복직 후 두 달에 한 번꼴로 서울 출장이 있었다.


복직 초기에는 조급한 마음에 업무가 종료되면 곧바로 귀향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젠 여유가 생겼는지 출장업무 전후로 직장동료나 지인들과의 식사자리를 갖게 된다.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묻고, 주요 상황도 살피는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마침 오늘 저녁은 큰누나네와 저녁을 하기로 했다.


몇 년 사이 핫플로 떠오른 상암동,


20대의 생기발랄한 고성이 때론 귀청을 때리면서도, 한편으론 젊음의 특권이기도 하지라는 혼잣말을 하게 된다.




서울 출장 시 이동수단은 한 번을 제외하곤 계속 비행기로만 다닌다.

코로나 상황 여파로 비행기 요금이 KTX보다 여전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3시간 동안의 기차여행이 이제는 꽤 길고 지루하게 느껴져서 그렇다.

때문에 다소간의 고소공포증에도 비행기를 선택하게 된다.

날씨 맑은 날, 하늘에서의 지구 구경도 쏠쏠한 덕분에.

구름 위 하늘은 또다른 세상이다. 우주에 있는듯한 느낌이다. / 김포공항 인근 강서구의 모습이 오늘따라 정겹다.




귀향 후 2년에 가까운 시간은 생체리듬을 서서히 지방생활 패턴으로 바꾸고 있다.


서울 생활 시 출퇴근과 시내 이동 등에 있어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으로 세팅돼 있던 심리적 거리감이 이제는 꽤 줄었다.


마산, 창원, 진해 생활권에서는 어지간하면 30분 언저리의 시간이면 목적지에 다다른다.


때문에 이제는 1시간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생활적 편의를 얻음과 동시에 심리적 거리감과 그 여유는 줄어든 듯하다.


한데, 공항철도를 향하는 때부터 다시 옛 시절의 생체리듬이 복원되는 느낌이다.


자연스레 목적 타임을 늘려 잡게 되는 것이 아닌가.


불편한 느낌도 없이.




화창한 날씨 덕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편안하게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디지털 미디어시티 역을 향한다.


기차 한강의 마곡대교를 지난다.


그리고 울려 퍼진 차장의 인상 깊은 안내 방송이 마음에 와닿는다.


"오늘 하루 안 좋은 감정은 모두 강물에 던져버리고,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과 함께 좋은 마음만 갖고 귀가하십시오."


밥벌이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저녁 있는 삶을 향한 위로의 한마디다.




매형과 누나와 오래간만에 가족 얘기와 서로의 근황을 나눴다.


때론 어려움도 토로하고.


가족이라고 마냥 친밀할 수 있으랴.


그래도 남매 중에는 쉽게 얘기를 터놓을 수 있는 사이라 오래간만에 얼굴 본 김에 이 얘기 저 얘기를 쏟았다.


다만, 가지 많은 나무도 이제는 나이가 너무 들어 바람 잘 날에 신경 쓰기도 어렵다는 점이,


이제는 애잔하고 애달프게 다가온다.




숙소를 향하는 중의 자유로, 특히 멋진 야경을 선사하는 자유로가 신선하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택시 안에서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찰칵찰칵 한다.

강변북로, 자유로에서 바라본 철새도래지 밤섬 & 여의도.




내일은 회의 참석 전 별도의 업무보고 일정도 있는데, 너무 긴장의 끈을 놓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 불안감이 엄습한다.


어쩔 수 없는 밥벌이 샐러리맨의 심리다.


다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숙소에 도착했다.


얼른 내일을 위한 일말의 준비를 해야지 하며 자료를 살펴본다.


이렇듯 그간의 서울 출장 때와는 다른 여럿 감상과 생각과 시각이 펼쳐진 오늘.


다시 고요히 하루를 정리하고 그려보면서, 이 특별한 하루를 브런치로 마감한다.



2022.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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