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회사원

Chapter3. 솔로몬의 선택(2)

by 퇴계원클라쓰

그거보다 김 과장 너 차라리 조금 쉬는 건 어때? 김 과장 여기에 첫 입사해서 지금까지 10년 넘게 다녔잖아? 10년이면 세 달 안식월로 주는 제도 있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말이 안식월이지 지금 A대리도 빠질지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쓰겠어요.

그리고 막말로 이직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나 진급욕심 포기한 사람이 쓰는 건 봤어도 전 그런 상황도 아니고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잖아 자기나 나 신입 때야 머 복지고 뭐고 위에서 까라면 까고 주말이 어딨어 회사에서 나오라면 나오는 거지 그렇게 살았다지만, 요새 애들은 회사 복지고 뭐고 뭐 하나 놓칠까 봐 불을 키고 보고 챙겨 먹을 거 다 챙겨 먹었는데 근속연수 그렇게 길지도 않은 회사 10년 넘게 다닌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고 앞서 말했던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사람들이 대부분 아니야? 이직도 원해서 했다기보다는 진급이 밀리니깐 한 거고, 근데 누가 자길 그렇게 평가해.

나야 중간에 들어와서 아직도 보여줘야 하는 게 많이 남았지만 자긴 아니잖아.

지금 시즌다 끝나서 좀 널널해지는데, 이때 아니면 언제 쉬어

한번 잘 생각해 봐. 내가 팀장도 아니고 승인해 주고 자시고 할 위치는 아니지만 내가 봤을 때 자기는 지금 휴식이 필요해.

어디 멀리 와이프랑 제주도나 해외 어디 여행을 가던지 아니면 한 달 살기를 하던지 원하는 곳 가서 푹 쉬고 가족에 대해 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

괜히 눈치 보다 가정도 힘들고 지금 회사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

“그래도 저 빠지면 업무가 너무 힘들어질 텐데 괜찮을까요? 팀장님이 실무 떼신 지도 한참 되셨고 A대리가 밑에서 잘 받쳐줘서 할 만했었는데, 차장님한테 너무 많은 일이 갈 거 같아서요.”

자기도 없고, A대리도 없으면 당연히 힘들겠지. 안 힘들겠어? ㅎㅎ

그런데 김과장아 나 여기 4번째 회사야. 예전에 힘들 때는 팀장 1명 실무자 1명인 팀에서 사람이 안 뽑혀서 6개월 동안 나 혼자 결산도 해봤고, 세무조사 한답시고 집도 못 들어가면서 일도 해봤어.

제일 힘든 기말감사 주총도 다 끝났고, 그냥 평달 결산이야 내가 며칠 더 야근하면 되지 뭐.

미래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난 여기가 내 마지막 직장이었으면 해. 내가 너무 회사에서 낭만을 찾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나만의 개똥철학 같은 게 조금은 있거든. 아쉬운 점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싶고. 정말 솔직히 말하면 최근 까지도 여기가 내 청춘을 바칠만한 곳인가 해서 고민이 좀 되긴 했었어. 돈을 벌려고 회사를 출근하긴 하지만 뭐가 됐든 사람이 하는 일이 자나? 그래서 난 조금은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곳이 좋아. 회사 업무뿐 아니라 자기 힘든 얘기도 좀 털어 넣고 그래야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랑 힘든 얘기하고 누구 험담도 하듯이 말이야.

난 자기 말고는 이 회사에서 그런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A대리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내가 그동안 너무 닫혀있었단 생각이 들더라고. 자기는 여기가 첫 회사라 잘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나같이 몇 군데 이직을 하다 보면, 사람이 좀 닳는다고 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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