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솔로몬의 선택(3)
처음 이직할 때야 열정도 넘치고 막 내가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안그래도 긴장해 있는 상황에서 잔뜩 힘이 들어간단 말야. 날 뽑아준 사람 실망시키지 않고 싶고.
그런데 그런게 얼마나 오래가겠어? 너무 힘주면 몇 달 안가서 지쳐버린다고.
그러다가 전회사에서는 겪어보지 못하는 새로운 상황들이 오면 되게 당황스러워 그전에는 내가 회사라도 좀 익숙해서 누구한테 멀 요청하면 되는지 아는데 새로운 회사는 그런것도 없자나?
그래서 좀 어리버리하게 되기도 하고 그래도 어떻게 하면되겠다 생각하고 내 나름 대로 일을 진행하는데 엄마야? 다른팀은 물론이고 같은 팀조차 도와주지 않네? 첫번째 회사는 무슨일이 발생하면 다 그래도 으쌰으쌰 하면서 서로 도와주고 선배가 나서서 해결해주고 그런맛이 있었는데, 두번째 회사는 전혀 아니더라고. 그냥 쌩이야. 당신일인데 왜 도와달라하냐 그러더라고 그전까지는 한번도 없었던 일이라 다들 모르기도 하고 당장 불똥이 자기한테 안 튀었다 이거지.
다른팀이 그래도 황당할 거 같은데 같은팀에서 말이지. 그게 사회더라. 다 내맘 같지 않더라고.
그래도 머 어찌어찌 야근하면서 간신히 일을 하고 또 무탈하게 한해 두 해 지나가고 3년정도 됐는데 어느날 거울을 봤더니 내눈이 무슨 썪은 동태눈깔 같더라. 나 이제 막 과장달았는데, 아직 20년이상은 회사 다녀야되는데 10년도 채 안된 놈 눈이 썪었단 말이지.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었어. 회사가 아무리 돈을 벌려고 다니는 곳이라지만 내가 무슨 돈벌어오는 기계도 아니고 어쩌면 가족보다 더 자주 길게 보는 사람이 회사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이랑 그냥 기계처럼 인사하고 아침9시에 출근해서 6시퇴근 난 그렇게는 못살겠더라고.
그래서 새로운 회사 구하지도 않고 그냥 나와버렸어. 그때 팀장이 황당해 하던게 생각나네.
멀쩡히 잘 다니다가 뜬금없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니깐 첨에는 어디 좋은데 합격했냐고 가는건좋은데 어딘지나 좀 알려줘라 하길래 그런데 없다 했더니 끝까지 안믿더라고. 나중에 진짜 내가 어디 구하지도않고 나왔다는거 보고 별종 취급했다고 하더라고.
그 회사 다니면서 나는 절대로 저러지 말아야겠다 생각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생각만 하지말고 내가 먼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다짐했었어.
내가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야. 그저 일하고 돈벌기 위해서 만난 회사 사람이어도 얼마든지 서로 위해주면서 다닐 수 있다는거지.
내가 그래서 당신보다 직급도 하나 더 높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내가 조금 더 받는 이유아닐까? 그러니 미안해 하지말고. 미안하면 잘 쉬고 와서 예전처럼 나랑같이 일 열심히 잘 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나중에는 우리가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좋은 술 한잔 하면서 그 때 그랬었지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얘기가 너무 길었네. 아무튼 김과장도 내가 무슨 마음으로 이런 말 한건지 알거라 믿고 오늘 한번 집에가서 와이프랑 잘 상의해봐. 그리고 팀장한테 말하기전에 나한테 먼저 말해줘.
나도 팀장님한테는 어느정도 긔띔은 해놔야지 그 양반 사람이 나쁘지는 않은데 갑자기 말하면 그냥 무작정 안된다고 할 게 뻔하니.
“네 차장님.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
진지하게 말고 꼭. 그냥 쉬어. 차장말고 그냥 친한 형이 해주는 조언이라고 생각하고.
인생 생각보다 길어. 우리 같은 직장인이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푹 쉬어보겠어.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퇴근 후 와이프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말했고, 아직 결정도 안난 안식월에 들떠서 어디로 갈까 입을옷도 없는데를 연발 하는 와이프의 모습에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처음엔 신혼여행 이후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기에 이국의 휴양지를 갈까 생각했지만, 와이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일주일 정도면 모르겠지만, 세달이라는 시간이면 외국의 음식도 지겨울 것 같다며, 차라리 제주도 세달 살기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스페인의 순례자의길을 완주할정도로 걷는 것을 좋아하는 와이프였기에, 올레길도 잘 되어있고 언제나 바다를 볼 수 있는 제주도는 세달이라는 시간동안 푹 쉬기에 적합한 장소로 보였다.
“그래 여보 올레길 걷다가 쉬다가 바다바람도 쐬고 맛있는것도 먹고 우리 지난 몇 년간 힘들게 고생했자나. 가서 푹쉬고오자.”
“항상 내 말을 우선으로 생각해줘서 고마워. 오빠. 이건 그냥 내 예감인데 이번에 제주도에가면 모든게 좋아질거같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며, 꼭 껴안은채 잠이 들었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얘기는 잘했냐며 묻는 정차장님에게 안식월을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비장한 모습으로 팀장에게 가는 뒷모습은 어쩐지 골목대장이던 형이 떠올랐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 점심을 먹은 후에 팀장님에게 말씀을 드렸고, 뜻밖의 결원이 둘이나 생겨 복잡해진 모습이지만, 팀장님 또한 내 사정을 어느정도는 알고있었기에 잘 쉬고오라며 어깨를 툭 두드려주셨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세달의휴식이 주어진 우리 부부는 제주도로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