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회사원

Chapter2. 폐급직원 갱생 프로젝트(3)

by 퇴계원클라쓰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는 팀장의 말에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하나하나 다 따지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을 안 했기 때문에 우선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 말하고 회의실에 나왔다.

화가 나서 일까 아니면 자존심이 상해서일까, 비 오듯 흐르는 눈물을 닦고 마음을 추스른 후에

다시 회의실에 들어갔다.

통상적으로는 길게는 한 달 짧게는 2주라도 인수인계를 하고 나오는 게 관례였지만,

지금 내상황에 그런 최소한의 관례도 지키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빠른 일자에 퇴사를 하겠다 말을 했고

팀장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마지막 출근일에 짐을 싸고 나오는데 팀원들은 고생했다 한마디 없이 오늘 퇴근하고 내일 출근하는 사람처럼 마지막을 대했고, 팀장의 형식적인 인사를 끝으로 퇴사를 하였다. 그래도 1년이 조금 넘었기에 퇴직금도 지급될 테고, 직전회사에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직을 한 케이스였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푹 쉬고 재충천하여 나한테 맞는 제대로 된 회사를 구해서 다니리라 마음먹었다.


20대에는 같이 여행 갈만한 친한 친구들이 몇 명 있긴 했지만, 다들 취업 후 연락이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고, 딱히 휴가철도 아닌 지금 시점에서 연락을 해봐야 서로 시간낭비인 것도 사실인지라, 연락처를 잠시 쳐다보고 바로 어플을 켜서 싸게 나온 유렵항공권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평소 가격보다 30% 싸게 항공권을 구할 수 있었고, 바로 SNS에 “떠날 수 있는 용기”라는 제목으로 항공권을 올렸다.

생각보다 댓글이나 반응이 뜨뜨 미지근했지만, 부러워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고, 며칠 뒤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으며 생각했다.


4년 동안 2번의 회사가 나한테는 참 맞지 않았을 뿐이고, 오히려 그 상황에서 버틴 나 스스로가 너무 대견해. 이건 그 대견함에 대한 포상이고 한 달 뒤에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는 거야. 다 잘될 거야.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며 10시간이 넘게 가야 하는 비행기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거의 10년 만에 보는 에펠탑을 보며 친구들과 함께 사진 찍고 난리 부르스를 췄던 기억을 잠시 떠올렸지만,

아무래도 세월이 흘러서인지 혼자여서인지 그냥 큰 감흥은 들지 않았다.

너무 대책 없이 나온 건 아닐까란 생각과 더불어 마지막 면담 때 팀장이 했던 말이 계속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처음엔 제대로 따지지 못해 속상했었는데,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한 상태에서 생각해 보면 첫 번째 회사에서 이직할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오히려 내쪽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의 소리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여행을 다녀온 지도 어느덧 한 달 하고도 12일이 지난 지금.

오늘처럼 헤드헌터를 통해 면접이 진행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아지 별다른 결과는 없었다.

네. 미연 씨 자기소개해 보세요.

안녕하십니까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김미연입니다! ~~@!~~#$!#$!#$!@

미연 씨 우리 회사에 대해 아는 점에 대해서 말해보실래요?

!@#$!@#$!^@$#

“아니 진짜 내가 무슨 신입사원이야? 무슨 자기소개를 하래 그리고 회사에 대해 내가 어떻게 알아?

원하는 경력에 맞춰서 지원한 거뿐이지”

“그러게 그 회사도 웃긴다 무슨 신입사원 뽑듯이 그러냐 참 미연아 나 이제 점심시간 끝나서 이제 들어가 봐야 되거든? 나중에 또 통화하자”

“어 미안 내가 정신이 없네 수고해..”


아직 12시 반인데 무슨 급한 일이 있나? 면접 끝나고 몇 번 전화했을 뿐인데 점점 짧게 끊는 모습에 조금은

서운했지만, 우선은 전화를 끊고 다시 헤드헌터한테 문자를 보냈다.

지금 면접 끝났고요, 회사 질문 수준이 별로여서 합격해도 다닐 생각은 없을 거 같네요.

혹시 다른 회사에서 제안온 건이나 마지막으로 면접본 곳은 아직 연락 없나요?


미연님 3일 전에 본 A회사 조금 전에 최종 불합격 연락이 왔었고요, 면접 준비관련해서 몇 가지 여쭤봐야

할 거 같은데 바로 통화 괜찮으신가요?


네 지금 바로 가능합니다.


통화를 하는 헤드헌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내용은 꽤나 신랄했다.

자기가 소개해준 회사 네 군데 모두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며, 아무리 경력직 면접이라지만,

적어도 뭐를 주력으로 하는지 최소한의 회사에 대한 이해도는 가지고 올 줄 알았는데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어 보이고, 회사에서는 충분히 물어볼만한 질문에도 사적인 질문이라며 불쾌한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에서 실망스러워서 그런 사람은 앞으로 제안해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거다.


순간 머리가 띵 해지면서 아니 그런 말을 들었어도 그걸 곧이곧대로 전하는 헤드헌터가 어딨냐며 나도 모르게 소리쳤는데 그 목소리가 조금 컸던지 지하철 안의 싸늘한 시선이 꽂혀 일단 적당히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무슨 우리나라의 헤드헌터가 본인 뿐인 줄 아는 건지 내가 합격해야 본인도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도움을 주지 못할 망정 오히려 망신을 주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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