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자전거를 새로 산지 얼마 안되었었다.
방학이 되어 고향으로 내려갈 때 자전거를 밖에 세워두었는데 그걸 깜빡 잊고 있었다.
그 여름이 지나고 내 자전거는 밖에서 혼자 장마와 태풍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렇게 가을이 돼서 다시 자전거를 찾아왔는데 이미 너무 많이 녹슬어버렸다.
결국 녹슬어버렸구나.
빛이 변하였고 오랫동안 너를 방치해둔 탓에 낡아버렸구나.
자전거에 대해 미안했다. 나의 관리가 소홀한 탓에 몇 번 달려보지도 못하고 녹슬어버린 것이.
어쩌면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쉽게 무디어 질 수도 있겠다.
모진 비바람이 와서 우산을 쓰거나 비를 피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정통으로 받아들인다면
결국 녹슬어버릴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다.
그것을 방치해두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고 내버려두면 결국은 빛이 바래 지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마음도, 좋아하는 마음도 모진 바람을 잘 견뎌내야 하고 그것을 피하지 못하면
결국은 쉽게 녹슬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인들의 관계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표현하고 아껴주는 것에 비례하지 않을까.
그것이 중요하다.
결국 자전거의 주인의 나였고, 내가 잘못 놔둔 것이었고,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누구에게 한탄을 할 수도 없었고, 원망을 할 수도 없었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소홀했던 것이고, 관리를 못한 것이었다.
핑계만 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사랑에도 핑계를 댈 수 없다. 나의 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듯이,
내가 얼마만큼 관심을 가졌느냐, 내가 얼마만큼 그것을 사랑했느냐에 따라
새 것처럼 유지될지, 금방 못쓰게 될지 판별 난다.
그 누구의 핑계도 대지 않길 바란다.
당신의 것이라면,
당신이 그것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변명할 거리는 없다.
사랑하고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은 금방 표시가 난다.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나는 당신을 사랑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 사랑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 사랑에 대해 핑계대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것이 진심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