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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이 커질 때 바다를 간다

by 김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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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피로가 몰려오고

하고 싶은 일들이 어찌 그렇게 내 마음을 알고 다 피해가는지

어깨의 무게는 나이를 먹을수록, 어른이 되어갈수록 더 무거워진다.

나에게도 휴식이라는 게 필요한 시간.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커지면 바다를 간다.

바다의 넓은 마음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 하염없이 왔다 갔다 하는 파도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매번 부딪히고 도전할 수 있을까를 배우기도 한다.


내 스스로가 못마땅하고 불평 불만이 가득한 날.

내가 아니라 그냥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은 그런 날.

내 앞의 장애물이 나의 힘으로 올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날.

그런 날 바다를 찾아간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거친 모습을 보고 많은 생명들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며

바다는 누구를 미워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바다도 쉬고 싶은 날이 있지 않을까.

누구다 그렇듯이.

그런데 바다는 늘 위로만 해주는 것 같다.

길을 걸으며, 힘내자는 말을 속삭이는 듯하다.

파도의 소리가 그러하다.

그래서 사름 들은 힘든 날이 있거나 즐거운 날이 있으면 바다를 찾아가는 것 같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위로받기 위해.


그렇게 바다와 맥주 한 캔을 나눠마신다.

엄살 피우지 말라고 침묵으로 대답하는 녀석.

나는 그래서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를 찾아간다.


나에게는 바다를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다를 보는 시간.

그래서 나는 원망이 커질 때 바다를 찾아간다.


파도처럼 계속 부딪히면서 도전해보겠다고,

많은 생명들을 품고 있는 것처럼, 내 안의 많은 감정들과 아픔을 잘 품겠다고

그 마음을 바다처럼 닮아가겠다고 끝없이 넓을 수는 없겠지만 그 푸른빛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어,

도전하는 나의 모습도 보여주고, 나의 사람을 위로해주고

그가 힘들 때 곁에서 말없이 위로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지구의 약 70%가 바다다.

우리는 그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이렇게 큰 바다에 기대어도 괜찮다.

털어놓을 곳이 없던 고민도, 힘들고 지쳤던 피로도

바다는 말이 없이 받아준다. 그래서 바다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가끔은 바다를 찾아가보고

바다를 사랑해보자.


가끔은 바다가 짠 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쪼잔한 녀석이 아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다.

바다는 내게 그런 존재다.

부담 없이 나의 근심을 가져가는 친구.


나는 그런 바다가 참 좋다.

바다도 내게 기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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