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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Oct 22. 2015

물들어 가는 계절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모든 것들이 점점 물들어가는 계절.

항상 푸르던 산들도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으로 

그리고 그 색의 조화는 참 보고만 있어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산물은 그런 것이다.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단풍은 보다 고운 빨갛게 물들어간다.

가을의 하늘은 청량하게 푸른 하늘색이었다가 

해가 퇴근을 할 시간이면 또 수줍은 핑크빛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렇게 가을은 모든 것이 물들어가는 계절이다.


구름도, 하늘도, 나뭇잎들도 그렇게 익어가고 물들어가는 시간.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 색들이 나를 전염시키는 것 같다.

구태여 나의 마음속 까지 파고 들어오는 것 같다.

그렇게 그들로 인해 나의 마음도 가을을 담고 닮아가는 것이다.


익어가는 시간에 우리는 물들어간다. 

나는 꽤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좋아하면 그것에 대한 애정으로 그것과 나도 모르게 닮아갔던 거 같다.

어린아이들이 뛰놀고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처럼 행복했었고

친한 친구들은 어딘가 하나씩은 나랑 닮아가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한다.

나도 그 친한 친구의 말투며, 행동을 자연스럽게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주변을 나와 비슷하게 전염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전염이 되어 자연스러워 지고, 

익숙하게 물들었던 것이 빠질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렇게 가을이 물들듯이, 나의 주변이 나를 물들였고, 나의 주변세상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그중에 너는 두말할 것이 없었다. 


너란 사람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했던 것 같다. 

그 누구와는 비교도 안되게 나의 세상을 너의 색깔로 많이 물들였었다.

그래서 네가 좋아했던 떡볶이를 나도 좋아하게 되었고,

네가 즐겨 듣던 노래는 나의 애창곡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렇게 나는 너를 닮아가고, 너도 나처럼 물들었던 시간이 우리에게는 존재했었다.


하지만 가지각색의 낙엽이 바람이 불고 겨울이 오면 떨어지듯이

우리에게도 겨울은 피할 수 없는 계절이었다. 

그래서 겨울은 유난히 춥고 시린 계절인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잎이 떨어진 곳에는 또 새로운 잎이 생기니까.

당신이 떠난 자리에도 또 누군가는 나타날 것이다. 꽤나 푸른 잎을 기대해본다.

그래도 가끔 나는 당신의 색을 기억하겠다. 

당신도 나도 희미해져 가는 색이 아닌 청량하고 맑았던 우리의 색을 기억보다는 잊지 않겠다.

분명 나에게 웃음을 선물했던 시간도 포함되어있으니까.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휘황 찬란 잎들이 눈을, 기분을,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계절이니까. 

굳이 외로워하지도 말고, 괴로워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나도 그러지 않을 테니. 

우리에게는 따뜻했던, 우리가 좋아했었던, 우리를 많이 닮아있었던 색이 있었으니 

그 색으로 인해 즐거웠던 시간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 색을 잊고 싶지는 않다.

분명 나에 추억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는 것이니까.


가을은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계절이니까.

모든 것이 물들어가는 계절.

그리고 그 물든것들과 서서히 이별하는 시간.    

그저 가을 그대로를 만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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