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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Oct 27. 2015

내려갈 때 보이는 것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그 꽃 -  고은



hill top 


짧지만 우리 인생에서 강렬한 것들이 있다.

이 시가 저를 강렬하게 흔들었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못 보았던 그 꽃을 우리는 내려가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왜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고 어째서 내려오면서 그 꽃을 보았을까


정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걸어서 올라가다 보니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주위보다는 정상만 보고 걸어갔던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올라가기 위해 그렇게 정상에 올라갔다고 해서 그 산을 정복한 것이 아닙니다. 

그 산에 대해 다 안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간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슬픈 일인 거 같습니다.


산을 오르다보면, 결국 다시 내려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원래 오르는 것보다 내려올 때가 산은 더 위험합니다. 위험하기에 조심히 천천히 내려오다가  올라갈 때는 못 보았던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내려오면서 보게 된 것이지요.


연애도 이와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연애를 하고 나서 만남에서 관계가 점점 깊어졌다가 

서서히 이별에 가까워지면 사소한 것들 하나까지 다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는 이랬고, 저 때는 이랬구나. 

내가 꽃을 보지 못하고 있었구나. 하필 내려오면서 꽃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삶은 빠른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알게 됩니다. 

천천히 올라가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며 호흡을 맞춰가면서 올라가고  싶어 집니다. 

느리면 뭐 어떻습니까. 느린 것은 여유가 있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급하게 가다 보면 넘어지지만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넘어질 확률이 줄어들겠죠.

거북이처럼 천천히 간다고 해서 그 산을 못 올라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산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남들을 제치고 빨리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서로 넘어지지 않게 손도 잡아주고 같이 정상에 서서 본 산은 

왠지 더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감정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며, 시원한 막걸리를 같이 한잔 하는 거죠.

그리고 그 추억을 간직하고 서로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만약 산을 올라간다면 꼭 정상에서만 행복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산을 올라가는 그 과정이 즐거웠으면 합니다.

물론, 다리도 아프고 힘이 들겠지만 그 순간 그 옆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있습니다. 

올라갈 때 많은 것들을 놓치지 말고 가슴에 그것들을 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산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됩니다. 산은 작은 돌 하나부터 큰 나무까지 다 모여서 살고 있으니까요.


산은 그 자체로 감동입니다. 

자신의 목표도 그 자체로 멋져야 합니다. 

그래야 목표를 이루는 과정도 아름답습니다.

그 과정이 아름다워야 더 즐겁게 힘을 내서 포기하지 않고 올라가지 않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올라갈 때 못 본 꽃처럼 

하루 하루에도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깥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세요.

그 꽃을 바라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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