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덕호 Nov 12. 2015

기억을 지우면 안 되는 이유

이터널 선샤인

이터널 선샤인 - 조엘과 클레멘타인


세상에 운명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또한 몇이나 될까.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예전과 그  예전으로부터 만나야 할 인연을 만들고 나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래도 그들은 또다시 영화처럼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 어떤 친구보다도 깊어지고, 순간과 기억을 더해 좋은 추억을 만들어간다.

셀 수 없이 많은 추억들을 가진 그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추억을 가진 사람에게도 늘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에도 없는 말로 서로를 상처 주기도 하고, 믿음을 저버리고 의심을 하기도 한다. 

결국 해서는 안될 말까지 하며 그들은 서서히 이별의 계단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세상의 전부가 되었던 그 사람을 지우기로 한다. 

기억을 거꾸로  하나둘씩 지워나간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지워나가다 문득 그는 그 기억에 소중함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미 지워져나가고 있는 기억 속에서 괴로워하며 그 순간을 잊기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참 좋았던 시절, 누구보다도 행복했던 시절, 남부럽지 않던 시간들. 


그를 기억을 지워나가면서 자신이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걸 지우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이미 그의 세상에는 그녀가 전부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이미 떠나 버린 그 사람을 지우는 일은 괴로운 것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함을 지우는 것이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된 사람.  그리고 기억이 지워지는 과정에 그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을 깨닫게 되자, 그는 그 기억자체로서 순간을 음미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에 만나기로 한 장소를 정하고 기억을 지운 두 사람은 불현듯 이유도 모른 채 그곳으로 이끌려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운명의 힘은 생각보다 강한 것이다.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사람. 전생에 나와 만났던 사람일 수도 있다.

서로가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그때의 기억으로 인해 지금의 만남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설사 그럴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난 그렇게 믿고 싶다.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인연. 우린 삶에서 그런 인연들을 많이 거쳐온 것이 아닐까.

아쉽게도 헤어져야 하는 것도 운명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힘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라도 서로에게 작은 기억하나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남과 이별 사이에는 수 많은 사건과 상황 그리고 과정이 있다. 지나온 과정들을 돌아보면 그 기억들이 자신을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든다. 그 사람이 떠난 뒤에 좋은 기억은 그냥 꿈만 같은 허상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서잠시 괴로움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좋았던 순간은 지우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다. 자신의 삶에서 유일한 돌파구 같은 행복한 순간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란 꽤나 씁쓸하고 밋밋할 것이다. 그때의 순간은 그때의 좋았던 기억으로 남겨두고 지금의 삶을 살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가 오는 밤 하늘은 무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