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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Feb 04. 2016

봄을 맞이하다

입춘

입춘(立春)

벌써 입춘이다. 어릴 적 입춘이면 항상 문 앞에는 입춘대길 만사형통이 붙어있었다.

우린 항상 좋은 일을 바라고 있다. 올해는 더 멋진 해가 되길 바란다.

24절기의 시작이며, 봄의 시작이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었지만 따뜻했던 것으로 인해 또 유별나게 추웠던 겨울이었다.

언젠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나무야.

처음에는 아주 작은 초목이었지만 점점 성장해나가는 거야.

비가 오는 날도 있고, 햇볕이 따사로운 날도 물론 있겠지.

눈이 와서 아주 시린 날도 있을 거야.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 이면 잎이 익어갈 거야.

그리고 가을이 오면 조금은 흔들흔들거렸다가 아마 잎들을 다 보내주게 될 거야.

그리고 앙상하게 남아 겨울을 맞이하겠지.

그래도 잎이 없다고 해서 나무가 아닌 게 아니잖아.

여름이나 겨울이나 우린 나무자나.

그러니까 조금 힘들고, 외롭고, 지치더라도 우리 겨울을 잘 보내고 참 예쁜 봄을 맞이하자.

곧 따뜻한 봄이 올 거야.


그렇게 봄을 맞이하고 있다.

봄은 황홀하다. 화려하게 물들고 따스한 햇빛은 물론이고 연인들도 넘쳐난다. 주위에서 사랑이 꽃과 함께 사랑이 피어나는 것 같다. 추운 겨울의 보상을 받는 것이다. 추웠던 만큼 달콤한 것이다. 꽃향기에 봄바람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계절이다.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는 봄을 반겼으면 좋겠다. 계절과 함께 웃었으면 좋겠다.  바깥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고, 섭섭했던 감정과 짐이 되었던 기억들을 숨에 실어 보내야 한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다가 봄이  온 걸 모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봄의 색을 닮아갔으면 좋겠다. 칙칙하고 어두운 것 말고 화사하고 밝은 색에 옷을 입었으면 기분도 많이 바뀔 거다.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사람이 있다. 봄을 닮은 사람. 그 사람의 곁으로 다가가고 싶다. 그에게로 가서 꽃을 피우고 싶다.


서슴없이 다가가기.

올해는 행복도 불행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과 경험을 할 것이다.

정성스럽게 하나, 하나 탑을 쌓아갈 거야. 왠지 많은 의미를 남길 것 같다.

그렇게 봄을 맞이하고, 겨울을 보낼 것이다. 이별과 만남을 바라볼 것이다.


당신 같은 봄이고, 봄 같은 당신이다.

그렇게 당신도 맞이할 것이다. 바보 같던 나라도, 봄이 왔다는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

곁에서 봄의 신호를 알려줬으면 한다. 한 그루의 나무처럼 포근하고 맑게 안아주었으면 한다.

지금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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