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나
분명히 밤에는 누군가 찾아오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 아침에 눈이 이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항상 그렇다. 아침에 눈을 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는 사람을 보면 참 대단하다.
매번 늦잠을 자는 나와는 달리 아빠는 항상 아침 일찍 눈을 뜨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한 5분 정도의 명상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어른들은 잠이 없는 것인지, 내가 어른이 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듯하다.
그렇게 난 무거운 눈을 뜨고 아침을 먹는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밥맛이 없다.
우리 집 식탁에는 빠지지 않는 메뉴가 있다. 바로 된장. 된장찌개는 항상 식탁에 올라온다. 가끔 빵이나 우유를 먹고 있는 나에게 아빠는 이야기한다.
"신토불이 음식을 먹어야 해. 네가 먹는 음식이 곧 너의 몸이 된단다."
우리에게 음식의 가치란 정말 중요하다. 아빠는 깔끔하고 정갈하게 항상 일정한 양의 음식만 먹는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매일 같은 양만큼만 드신다.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항상 배가 터질 듯이 먹는 건 나의 몫이다. 그렇게 신기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많이 먹는 재미를 모르시는 건 아닐까 작은 걱정을 한다. 난 또 그 재미를 너무 알고 있는 것도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물론, 저마다의 기준이 있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된장과 김치만 있으면 된다고 하시는 아빠. 아침부터 고기반찬을 찾는 나와는 사뭇 다르다.
겨울에는 뿌리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뿌리음식은 겨울을 보내기 위해 영양분을 뿌리에 다 저장하기 때문에 겨울에 먹으면 좋다고 말씀하신다. 제철음식을 먹으면 좋은 것은 그 계절에 맞는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들을 먹으면 건강에 더 좋고 그 계절을 더 즐겁게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아버지의 아들이지만, 닮은 듯하면서 닮지 않는 모습을 보면 또 신기하다.
같은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역시 모든 건 다 똑같을 수는 없나 보다.
나와 똑같은 세상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언젠가는 며칠 동안 아침을 안 먹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들과 밥을 안 먹으니 밥맛이 없다고 하신다.
그 말을 듣고 난 후로는 아침은 쌀밥을 꾸역꾸역 챙겨 먹는다. 물론 된장과 김치와 함께.
그렇게 밥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하루의 할 일들과 스케줄에 대해 짧게라도 이야기한다. 오늘은 누구와 만나며,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그 시간은 참 소중해졌다. 밥을 먹으며, 대화도 나누고, 삶을 나누는 거 같다. 나의 작은 소망이라고 하면 언젠가 아버지와 나와 내 아들이 함께 이런 아침 식사를 하며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된장을 먹으며 오랫동안 소소한 행복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문득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된장 같은 사람. 그냥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처럼. 매일 만나도 질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없으면 허전하고 공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세월이 흐를수록 발효가 되는 것처럼 가치가 있는 사람. 아빠에게는 그런 아들이 되고 싶다. 아침에 아들과 밥을 함께 먹지 않으니 밥맛이 없다는 것처럼 조미료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같이 있으면 든든한 그런 사람. 식구들은 물론이고, 친구와 연인에게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만날수록 깊이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비가 오면 함께 우산을 쓰고 싶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특식은 아니어도 괜찮다. 어쩌다 먹는 스테이크가 아니라, 화려하진 않지만 구수한 정이 있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비가 올 때만 찾는 우산이 아니라, 햇볕도 막아주는 양산이라면 또 어떨까. 있는 그대로를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난 오늘도 아빠와의 아침 식사에 감사한다. 언젠가 그리워질수도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