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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Sep 26. 2015

버리는 건 언제나 어렵다



방 청소를 하다 보면 필요하지 않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있다.

잘 사용하지도 않고, 당장 필요하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들.

그런데 그런 물건들을 버리기는 항상 쉽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왜 항상 머뭇거리는 것일까?


어떤 물건을 살 때도

어떤 선물을 받을 때도


그때 내가 필요했던 물건이니까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는 선물이니까.

작은 물건 하나에도 마음이 담겨있으니


그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내 마음도 이렇게 버리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마음이 담긴 물건들은 오죽하겠는가.

아련하게 그 물건에 묻어있는 그 추억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 추억이 쓰레기통에 담기는 게 싫어서. 

버려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면서 미련이 남는 것이다.


날 떠났던 사람은 미워할 수는 있지만

그때의 그 추억 속에 나는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간 기억이라고 해도 그때의 나는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청소를 잘 못하나 보다.

미련하게 너무 많은 짐을 가지고 살아가나 보다.


심지어 사진 하나 지우는데도 무엇인가 아쉬운기분이 든다.

알지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싱숭생숭한 기운은 피할 수 없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라도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이것도 시간이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하다.

버리는 연습.


불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잊어가는 연습.

최소한의 좋았던 기억만 남겨가는 연습.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해가는 연습.


희미해져 가는 이야기도.

어렴풋한 인상도.

그 날의 기록도.


조금씩 새로운 기억으로 바꿔가는 연습.

아팠던 기억은 잊어버리기.

두려움을 돌이켜 불러오지 않기.

슬픔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지 않기.


버리는 건 언제나 쉽지 않다.

버리는 건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정리를 해야, 더 많이 버려야,

더 넓은 방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더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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