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다양한 페르소나 찾기
여러분은 자신을 정의할 수 있나요? 타인에게 당당히 나라는 사람을 소개할 수 있나요?
이에 대한 확신이 없는 저는 생각나는 대로 소개글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글을 씁니다.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바로 지역 일간지에서 편집과 취재를 배웠고, 주간지로 이직해 막내 취재기자로서 기사를 썼습니다. 지금은 사보 기획사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중입니다. 직함은 기자에서 대리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취재하고 글을 쓰는 건 똑같습니다.
2. 책을 좋아합니다.
아르바이트라는 정직한 노동으로 수중에 돈이 쥐어질 무렵부터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서점에 드나들었습니다. 당장 내 스트레스를 평온하게 눌러줄 것 같은 종교 코너를 기웃거렸고 틱낫한 스님, 법정 스님의 잠언집 속 주옥같은 말씀들로 지친 마음을 위로했습니다. 어느 날엔 사랑의 정의가 궁금해 벨 훅스의 <All about Love>를 읽었고, 경력단절이란 호기심에 최윤아 작가의 <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를 샀습니다. 첨언으로 이 책을 회사 책상에 두고 퇴근했더니 다음 날 제가 ‘결혼해서 퇴사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퍼져있었습니다. 책이 주는 파급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저는 동네 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낍니다. 이 말인즉슨 저는 책 사는 ‘행위’를 좋아합니다. 구매 후 독서는 일단 뒷전입니다. 표지만 바라봐도 제 마음의 양식은 든든하다 못해 터질 것 같습니다. 제 서가는 언제든 관람객을 기다리는 고독한 연중무휴 도서전을 열고 있죠. 지금도 그 문은 개방돼 있고 게으른 저는 언제든 지식이 고플 때 책을 골라 읽을 수 있습니다.
3. 혼자 삽니다.
30년간 부모님 곁에 있었습니다. 신문사 퇴사 후 본가에서 벗어나고 싶어 300km 떨어진 곳으로 자취를 시작했죠. 제가 사는 지역에는 친구가 없습니다. 외롭지는 않지만 심심해서 책방 투어를 다니기 시작했고요. 독서모임도 틈틈이 참여하며 사람들을 마주했고 가끔 혼술이나 책방 투어로 스트레스를 풉니다.
4. 노후를 걱정합니다.
1인 가구 세대주가 되니 슬슬 노후가 걱정됩니다. 돈 걱정 안 하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고 싶은데, 저는 남들이 흔히 준비하거나 가지고 있는 전문자격‘쯩’이 없습니다. 보육교사, 간호사인 제 친구들은 ‘쯩’이 있어야 된다고 입 모아 강조합니다. 맞는 말이에요. ‘쯩’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력단절 시기를 큰 스트레스 없이 보낼 수 있고 연차가 쌓일수록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근데 어떡하나요. 저는 사람을 만나는 이 직업이 좋은데 말이죠. 제 특기를 살리면서 평생 먹고살 순 없는 것일까요? 이 과정에서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걸 알게 됐고 남들에겐 없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를 흔든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내가 누구지? 난 뭘 좋아하는 거야?
당황스러웠습니다. 30대에 딱히 이뤄놓은 게 없었고 목적 없이 산 것 같은 자괴감이 찾아왔어요. 저도 하루하루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죠. 퍼스널 브랜딩 강의를 수강할수록 마음의 짐은 쌓여만 갔습니다. 막연하고 또 막연했습니다. 제게 '자아 찾기'는 큰 숙제가 되고 말았어요. 또 저의 저질스러운 체력이 ‘고민은 여기까지’라며 침대 위로 달콤하게 유혹했죠. 무력함과 조급함이 반복되던 어느 날, 하나의 아이디어가 반짝 떠올랐습니다.
‘천천히 나를 알아가면 돼’
직장인인 저는 지금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로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정작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사람들과 이 길을 함께 걷고 싶어요.
길을 헤맬 수도 있고요, 빙빙 돌아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힘들다고 내색하진 않을래요.
그럼 시작~!
번외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것
저는 글을 쓰고, 책을 좋아하고, 혼자 살고, 노후를 걱정하는 사람이네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저처럼 차근차근 정리해 보세요.
저도 지금 알았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