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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16. 2021

부러진 구두 굽

백만 년 만에 힐을 신고 나왔는데 구두굽이 부러졌다;;;

발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딸깍딸깍' 구두 굽으로 장난을 치다 '톡~'     


'이런 당황스러운'     


정말 오랜만에 신은 구두라 발뒤꿈치는 진물이 났는데 굽까지 나갔다.

여기에 비까지 온다.


'이런, 이런, 이런... 세상에나...'     


이런 상황에 짜증보다 웃음이 나는 건 뭘까?


'예전엔 7cm 구두를 신고 뛰어도 다녔었는데 겨우 반나절 걸었다고 이리도 불편하게 느껴질 줄이야. 이런 날이 나에게 오다니,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아직 늙지 않았다고, 젊다고 그렇게 우기며 살았는데

몸이 생각과 달리 너무나 솔직해서 웃음이 났다.

  

나이가 들면 그런가 보다. 자꾸 편한 걸 찾게 된다.

편한 신발, 편한 장소, 편한 사람...


어쩜 모든 게 귀찮아졌을 수도 있다.

꾸미는 것도,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것도, 사람과 맞춰 가는 것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것 같다.


다시 길을 걸어야 하기에 발 상태를 살펴봤다.


부러진 구두 굽과 진물 난 발이 살아온 내 인생 같아 참을만한 것 같다.

이미 겪어본 일이기에 '마음에 굳은살이 생겨 그런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러진 구두 굽쯤이야... 진물쯤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걸 보니 강해졌나 보다.


'아니면, 포기한 건가? 아니면, 세월의 힘인가?'


'산전수전 다 겪다 보니 이 정도의 일은 '겨우'가 되어 버린 건가?'


그냥 강해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포기나 아픈 세월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슬퍼지니까.

그냥 그러기로 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가 보다. 삶에 있어 무뎌지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혹은, 가득 찬 쓰레기통을 비워내듯 마음을 비워 내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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