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사용 설명서 3

치과에 방문할 때 적합한 옷차림

저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환자의 비싼 옷을 망가뜨리거나 탈색시켜서 변상한 경험을 가지고 있거든요. 치과에 갈 때 갖추어야 하는 격식이나 복장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비싼 옷과 귀금속, 진한 화장은 피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재료나 약품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옷을 버리게 되는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목걸이나 귀걸이 같은 귀금속을 분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한 화장은 시술 전에 부득이하게 지워야 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환자분의 옷 값을 물어드린 경험이 있습니다. 앞니 치료를 위해서 치과에 오시던 분이었는데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앞니를 지르코니아 크라운으로 씌우는 작업을 하고 있던 분이셨습니다. 치아를 깎고 임시치아를 만들고 적당한 치유기간이 지나면 치아의 본을 뜰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고무인상재라는 독특한 재료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 재료는 기저재와 촉진재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두 개의 튜브에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기저재와 촉진재가 섞이면 고무처럼 응고되기 때문에 본을 뜨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둘이 섞여 고무처럼 되면 어디에서든 쉽게 떼어낼 수 있지만 둘이 섞여 응고되기 전에 옷에 묻으면 처치가 곤란합니다. 섬유에 스며드는 성질이 있고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많은 양이 옷에 묻을 경우 세탁소에 맡겨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 당시, 환자분의 얼굴과 가슴 부위까지 포가 씌워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저재와 촉진재가 튀어서 환자 분의 옷에 묻었습니다. 간혹 튜브가 불량인 경우 이음새에서 재료가 새어 나와 환자분 위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말로 아차 하는 사이 환자분의 상의 옆구리 쪽에 재료가 묻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환자분께서 비싼 옷이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 주셔서 옷값을 물어드리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옷을 버리게 될 수 있는 상황은 또 있습니다. 신경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녹이기 위해 락스 같은 성분의 약제를 사용합니다. 이 약제는 정말로 락스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옷감을 탈색시킬 수 있습니다. 검은 옷에 이 약제가 튀게 되면 탈색이 이루어져 약제가 묻은 곳이 붉은 점처럼 됩니다. 물방울이 튄 것처럼 크고 작은 탈색 자국이 생기게 될 수 있습니다. 저희 치과에서는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포를 아주 큰 것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머리부터 상반신 전체를 감쌀 수 있는 큰 포를 준비함으로써 옷을 버리는 일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치과에 오실 때는 비싼 옷을 입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옷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아시고 가벼운 차림으로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귀걸이와 목걸이는 치과에 오실 때 착용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귀걸이와 목걸이를 빼야 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엑스레이를 촬영할 때 귀걸이와 목걸이가 있으면 함께 촬영되기 때문에 좋은 엑스레이 상을 얻기 위해서는 엑스레이 촬영 전에 귀걸이와 목걸이를 빼야 합니다. 엑스레이실 입구에 귀금속을 놓기 위한 작은 통을 준비하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해도 귀금속을 분실하는 일이 생깁니다. 너무 바쁠 때 아무도 신경 쓰지 못하다 보면 어느새 분실되고 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귀금속을 착용한 채 치과에 오셨다면 엑스레이를 찍을 때 귀금속을 본인이 잘 간수하셔야 합니다.

진한 화장은 치과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치료할 때 환자분의 얼굴 위에 포를 씌우게 되는데 이것 때문에 화장이 지워집니다. 사랑니 발치, 임플란트 수술 시에는 화장이 방해가 됩니다. 포에 묻어서 구강 내로 들어가면 감염의 원인이 됩니다. 이런 경우 시술 전에 화장을 지워야 합니다. 치과에 오실 때는 맨 얼굴로 오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가벼운 화장만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