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이웃 Sep 03. 2023

치과 사용 설명서 4

기업형 치과 Vs 단독 개원형 치과

요즘 치과 정말 많지요. 길거리를 다녀보면 아파트 상가나 사거리에 치과가 참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치과가 많다 보니 경쟁도 치열합니다. 단독 개원형 치과가 주된 개원형태인데요. 경쟁이 점점 심해지면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업형 치과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형 치과는 예치과, 모아치과 등 네트워크 치과가 생기면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 전후로 그런 치과들이 동네치과와의 차별화를 시도하였습니다. 실장이라는 포지션이 부각되고 이 분들이 원장을 대신하여 치료에 대한 상담과 비용 상담 등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하였습니다. 경영을 전공한 사무장이 고용되어 원장이 진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영면에서 원장을 지원하였습니다. 원장 한 명에 직원 한 두 명, 소형치과를 벗어나지 못하던 치과 업계 분위기에서 탈피하여 역할분담을 통한 효율의 향상을 꾀한 시도였습니다.


기존 치과의사들은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당시 치과계는 의료가 상업적인 수단으로 변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를 형성하여 의료인의 도덕성을 서로서로 독려하였습니다. 기업형 치과가 등장하던 시기에 경영의 개념이 치과계에 들어오고 마케팅, 직원 관리 등 원장이 경영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지금은 의술 이상으로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분위기이고, 각종 서적, 세미나를 통해 의료 경영, 병원을 운영하는 수완이 알려지는 상황입니다.


기존 치과의사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의료계는 경영 경쟁이 과열되어 규모 경쟁, 광고 경쟁, 수가 경쟁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의료는 상술이다’라는 다소 과감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던, 예치과의 대표원장은 예치과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예치과 본점은 무리한 투자로 인해 망했습니다. 이후 유디치과, 석플란트, 최근에는 플란치과로 기업형 치과의 계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치과가 기업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단독 개원형 치과는 지금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개원 형태입니다. 원장 한 사람에 의한 의술, 환자와의 만남이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독 개원형 치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치과의료에 있어서 환자와의 유대 관계, 신뢰 관계는 소통뿐만 아니라 치료 결과의 향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치과에 내원하는 모든 환자를 원장 한 사람이 만나며 치료하면 유대 관계, 신뢰 관계의 형성에 매우 유리합니다.


원장이 여러 명인 치과도 좀 더 유기적인 형태로 조직된다면 충분히 환자와의 유대 관계, 신뢰 관계를 쌓아갈 수 있습니다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 문화를 가진 치과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치과의 크기가 큰 만큼 구성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커져야 하는데 그것이 용의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일정 이상의 업무 능력과 책임감을 가진 부원장과 직원이 소속감을 가지고 장기 근속해야 하는데 그럴 만큼의 가치관이 흐르는 기업형 치과를 만들기는 쉽지가 않아 보입니다.


그런 치과를 만들려면 원장이 남다른 임상 능력과 가치관을 가지고 오랫동안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교정, 임플란트, 보철, 신경치료 등의 주요 치과 임상을 하며 단독 개원의로서 10년 정도 매진하면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갓 수련을 마친 전문의 수준의 진료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의술에 있어서 고원에 이른 원장이 주요 진료를 모두 수행하고 독립적으로 떼어 줄 수 있는 부분만 부원장에게 맡기는 형태로 분업하면 좀 더 유기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유리합니다. 직원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장기 근속하려면 좋은 가치관이 조직에 흘러야 합니다. 많은 구성원이 만족하면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직장 문화, 근무 환경 등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원장의 그릇이 작으면 단독 개원 형태에 머물 수 있고, 원장이 그릇이 크면 큰 병원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발전적 형태의 큰 병원이 가천 길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형 치과는 규모, 광고, 저수가로 만들어낸 공룡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기는 큽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장한 것이 아니라 살이 찐 것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고수준의 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치과라면 그것은 성장한 치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빨리빨리 환자를 회전시키기 좋은 공장형 의료를 하고 있는 치과라면 그것은 살이 찐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기업형 치과들이 살이 찌다가 망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가끔 먹튀 치과가 뉴스에 나오는데요. 기업형 치과들입니다. 기업형 치과를 하시다가 접고 단독개원형 치과로 정말 작게 다시 개원하시는 원장님들도 있습니다. 결국 어떠한 진료를 하느냐,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치과 사용 설명서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