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낚는 그물

사진은 시간을 낚는 그물인가. 그 순간의 한 컷이 그 시간을 포박한다.

by 박정관 편집장

정수리에 직사광선을 흩뿌리는 여름햇볕이 아직 뜨거웠던 지난 8월 하순, 감포항에 닿았다. 주말 끝이고 아직 더운 날씨에 한산했던 작은 항구의 끝자락에 서있는 송대말 등대에 닿았다. 송대말 등대는 1955년 무인등대로 설치됐다가 1964년 유인등대로 승격시켜 운영하고 있는바 2001년에 경주 감은사지 석탑모형을 본떠 새롭게 만든 등탑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바닷바람 부는 대로 휘어진 송림의 모습이 나름 멋스러움을 연출하며, 깎아지른 절벽에는 아예 드러누운 소나무 한 그루가 있어 애잔하면서도 운치를 자아냈다. 울산의 대왕암공원과는 규모면에서 크기도 작고, 송림의 숫자도 적었지만 송대말 등대는 ‘사진 찍기 좋은 명소’라는 팻말이 붙어 있을 만큼 절경이었다.


한번 씩 바람 쐬러 갈 겸 드라이브 삼아 나서면 싱그러운 동해안의 민낯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때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경주시에서 바다사진여행의 주제로 해안길이나 어촌의 풍경 혹은 바다풍경을 담은 사진을 공모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보고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아직 미천한 아마추어의 실력으로 응모해야 당첨이 될까 의구심도 들었다. 같이 간 일행이 ‘어차피 손해 볼 거 없으니 일단 도전해보라’고 한 말에 힘을 얻어 지난 번 위탁받은 포항의 지역신문사를 직접 방문해 그 날 찍은 4장의 사진을 제출했다. 사실 100만원도 안하는 카메라의 기능으로 쟁쟁한 실력자들을 물리치고 당선된다는 것은 언감생심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이런 기회를 통해 그저 구경꾼이 아니라 직접 참여함으로써 어떤 마음이 될지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규모면에서 아직 작은 신문사여서 때를 기다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만의 이름으로 보도사진전이나 사람들의 감성에 파고들 수 있는 사진전시회를 꼭 해보고 싶어서 다른 곳에서 하는 행사를 어깨너머로 지켜보며 안목을 키워보고 싶었다. 울산광역매일에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마감을 앞두고 이곳에도 선암호수공원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공모했다. 선암호수공원에 더러 들르지만 딱히 사진만 찍으려고 방문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마감 하루 전에 급하게 갈대숲의 배경과 무지개놀이터에서 반나절 사진을 담아 응모했다. 선암호수공원사진전에는 1200여 명의 사람들이 참가해 자웅을 겨루었다고 한다.


필자는 그 가운데 입선이 돼 2만 원의 상금과 상장을 받게 되니 오는 토요일에 시상식에 참여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여태 신문에 쓰는 사진이나 찍은 사진을 모아 두었다면 수만 장은 족히 되었을 터이니 보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기사와 함께 올려두었다. 이런 사진들은 화질이 많이 떨어져 사진으로써의 온전한 가치는 지니기가 어렵지만 인터넷 판으로는 그런대로 역할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니 사진 전문가가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는 꼴이 됐지만 필자가 사진 전문작가는 아닐지라도 나만의 느낌으로 순간을 포착해서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들과 사진을 보며 울고 웃는 추억 만들기는 오롯이 나만의 기록이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사진은 시간을 낚는 그물인지도 모른다. 그 순간의 한 컷이 그 시간을 포착해 영원히 결박해버린다.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이전글Possible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