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정책이 오늘의 현실에 큰 혼란을 야기하면 당사자들은 갈팡질팡 헤매게 된다. 작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이번 수해로 인한 물 관리 상황이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비단 눈앞의 이런 위기만 아니라 국방과 외교, 경제와 교육 등 제반 모든 분야가 코로나의 광풍에 휩싸여 갈 길이 구만리다. 곳곳의 민생들이 부르짖는 소리를 잘 경청하여 아름다운 합창처럼 하모니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 국정운영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이전 정부의 적폐청산에 골몰하면서 자기 진영의 이념과 논리를 추종하는 집단만 떠받들면서 황금 같은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정부가 든든히 서려면 백년대계가 필요하고, 그 백년대계는 시대를 꿰뚫으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통찰력을 지녀야한다. 국민을 감동시키는 지혜와 혜안으로 미래로 전진하게 해야 한다.
진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미래의 환상에 사람들이 흥분해야한다. 그럼에도 이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일취월장 나아가 꿈을 펼치려하기는커녕 온갖 규제에 경영간섭과 친노조 정책으로 기업의 힘 빼기에 급급했다.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은 기업들이 새로운 비전으로 사업구상을 펼치기보다 도리어 위축되지 않으면 이상한 어려운 난국이다. 든든한 기업들이야 재택근무가 가능해도 다시 현장을 찾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극심한 경영애로를 겪고 있다.
이 정부의 두드러진 특징은 북한과의 평화무드에 정권의 명운을 걸 듯 모든 것에 북한을 우선한다. 필자는 북한과의 전면전이 펼쳐졌던 6.25전쟁은 우리세대의 현재진행중인 사건으로 아직도 종전이 아님을 상기할 것을 설파한다. 휴전중이기에 북한보다는 당연히 군사적 우위를 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방의 안보는 정치논리 때문에 한참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6.25 전쟁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반면 100년 전후의 구한말과 일본 제국주의의 유령들이 친일논쟁으로 과거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진영의 논리가 현실에 부딪힐 때 그래도 국정운영의 안정을 꽤하는 시도를 여러 번 했다. 한미FTA 체결이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발상하지 못할 대연정 제안의 파격에 이르기까지 나름 국정의 최고지도자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자부하는 이번 정부에서는 내로남불이 차고 넘쳐 무안할 지경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노동자나 약자를 보호하자는 멋있는 기치를 날리면서 자신들은 악착같이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욕심이 이 정권의 민낯이어서 안타깝다.
올여름은 기상 관측이래 두 번째로 더울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54일간 이어진 장마는 그 경고장을 무위로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많은 수해를 입었는데 특히나 호남지방의 수해는 참담할 지경이었다. 물질만능과 과학의 맹신에 경고장을 보내듯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근자에 대수롭지 않은 위기감을 떠안긴다. 4대강의 논쟁도 정치라는 관점을 떼놓고 치수라는 영역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총체적 재난현장은 전방위적인 대처가 필요하기에 정치적인 입장을 우선하기보다 실무에 능수능란한 현장전문가를 중용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4.15총선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말해온대로 장기집권이 가능한 듯 보였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사이에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은 그만큼 민생이 요동치는 것을 말해준다. 지지자들의 이탈을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올바른 기초위에서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