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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Oct 31. 2020

명품인생(名品人生)

맛있는, 멋있는 인생의 격

소설가 최인호는 월간지 샘터에 ‘가족’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35년간 연재했다. 필자에게 그것은 그의 인생의 일기장처럼 읽혀졌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신춘문예에 투고한 뒤 입대해 훈련소에서 단체기합을 받던 중 당선소식을 듣고 부대장에게 불려가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소설 ‘별들의 고향’이 조선일보에 연재로 실기도 했는데 불과 23세의 젊은 나이였으니 천재라 불릴만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얼마 후 중고교 동창이었던 이장호 감독이 ‘별들의 고향’을 영화로 만들자 대성황을 이루며 공전(空前)의 히트를 기록했었다. 그의 작품들은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져 책을 읽지 못한 독자들도 ‘상도’ ‘해신’ 등 영상미로 연출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필자는 차를 타고 갈 때 라디오를 자주 듣는다. 뉴스채널로 속보상황을 챙기기도 하며, 차량이 정체되는 러시아워에는 교통방송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다. FM의 여러 채널을 오가며 인생살이의 희로애락을 챙겨 듣는바 배철수의 음악캠프도 종종 청취한다. 일전에 문화방송이 파업을 하자 그 기간 동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얼마 전 문화방송이 긴 파업을 끝내고 이제 정상화되어 다소 들뜬 목소리의 그의 진행을 들었다.



배철수는 대학가요제에 출연해 상을 받으며 그룹 활동을 하게 됐고, 구창모와 함께 ‘송골매’를 결성해 싱어 역할을 맡았고, 기타연주도 같이 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나중에 구창모가 솔로로 전향해 희나리라는 노래가 유명세를 타자 자신도 솔로로 전향했지만 활약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배철수는 우연히 음악방송 출연하게 됐다. 방송 초기에 음반을 틀었는데 노래가 나오지 않거나 엉뚱한 곡이 대신 나가기도 하는 등 실수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실함은 자타공인을 거쳤다. 결근과 지각이 없었고, 몸이 심하게 아파도 처음과 마지막 인사말은 내보내는 등 성실함으로 승부해서 2010년 MBC 라디오의 명예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골든마우스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것은 라디오 20년 경력 이상의 진행자에게 수여하는 상이기에 각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의 목소리는 내레이션으로 수많은 방송에 덧입혀져 각각의 프로그램이 더 도드라지는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다.


  


KBS의 장수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은 일요일 낮이면 전국에 송출된다. 전국노래자랑은 방송국으로 지역민들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방송이 찾아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장수할 수 있었다. 한편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송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88년부터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어 최장수 진행자로 꼽힌다.



방송촬영이 잡히면 그는 하루 전에 미리 그 지역에 내려가 대중탕에서 목욕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역민의 민심을 청취하고 미리 호흡을 가다듬고 심기일전해 방송을 진행한다고 한다. 구수한 그의 말솜씨와 편안한 진행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송해는 황해도 출신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자경단 활동을 하다가 피난길에 갇힐 뻔한 사연도 있었다.



그는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데뷔해 배삼룡 구봉서 서영춘 등과 코미디언도 했고, 다수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의 부인이 대구 달성군 옥포면 출신이라 그곳에 그의 이름을 딴 송해공원도 조성돼 있다. 고령화로 노인이 홀대받는 사회로 치닫는데 송해 선생의 노익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명품인생(名品人生)이 별거 있을까. 나 좋아하는 것을 절제할 줄 알고, 우리의 공동체의 유익과 발전을  위해 기꺼이 쓰이는 게 아닐까. 상기한 인물들은 그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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