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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Dec 01. 2021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흩뿌려진 겨울비가 진종일 사무실 유리창을 적셨다. 창밖의 길 건너편 앙상하게 말라가던 가로수는 마침내 마지막 한 잎까지 다 떨어뜨리고 말았다. 현대자동차 공장 앞 은행나무들도 거의 다 잎새를 떨어뜨려 길바닥에 낙엽이 쌓였다. 샛노래진 낙엽들은 차량들이 지날 때마다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니 비가 와서인지 창밖에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https://youtu.be/MP2McfRVshk


 사무실 앞 염포삼거리는 차량들의 이동이 많을 뿐 아니라 연결도로가 여럿이라 종종 사고를 목격하곤 한다. 차량들의 사고는 대부분 급한 마음으로 안전거리를 두지 않을 때 여파가 크다. 또 차선을 바꾸거나 교차로에서 진입할 때 사고가 대부분이다. 오늘 아침의 사고도 앞 차와의 간격이 조밀했던 중간 트럭이 뒤차의 강한 충격으로 인해 앞으로 갑자기 급하게 쏠리며 일어났다. 맨 앞차는 얼떨결에 사고를 당했으나 그나마 뒤차의 100% 과실로 처리될 것인데 중간 트럭 운전자도 그렇고 특히나 가해 차량인 마지막 승용차는 앞 차량 두 대의 과실까지 떠안게 되었다. 환절기에 비도 오는 날씨에 차사고까지 목격하니 오늘 하루는 조용히 쉬면서 보내기로 했다.
 
필자는 하루 짬 내어 쉬며 길고양이를 돌보는 아주머니의 영상을 보았다. 며칠 전부터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주머니는 고양이가 춥다고 작은 플라스틱 상자를 만들어 날마다 충전해온 손 배터리를 번갈아주며 고양이들을 돌보았다. 그런데 어제까지 아픈 기색 없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밤새 죽어 있는 것을 확인한 아주머니는 금세 슬퍼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https://youtu.be/tEgP4vQooJU


따뜻하게 지내라고 작은 플라스틱 집을 만들어주었는데 그 안에서 밤사이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죽음에 더 안타깝게 여겼는지 모른다. 그리고 바로 동물장례식장에서 정성들여 장례를 치르며 화장하는 것까지 보여주었는데 사진 속의 길고양이는 마치 살아 있는 듯 귀여운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짧은 영상이지만 필자도 보면서 마지막 한 순간에는 울컥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하루 전 뉴스에는 얼룩말의 잔혹함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 있었는데 사진만 아니라 3분 정도의 편집된 영상 원본도 있어 생생하기 그지없었다. 필자는 얼룩말은 사자나 표범 혹은 하이에나 같은 맹수들에게 사냥당하는 것을 많이 보았던 터라 얼룩말이 잔혹하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내용인즉슨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새끼를 곧 출산하는 어미 얼룩말 앞에 마치 아내를 지켜주는 남편처럼 바로 곁에서 서성거리는 수컷 얼룩말을 주시하라는 것이었다. 곧이어 어미 얼룩말은 산고를 겪으며 새끼를 출산하려는데 그 수컷은 그 어미 얼룩말의 얼굴을 물어뜯고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고통으로 부르짖는 암컷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출산은 곧바로 이루어져 새끼는 막 세상구경을 하는 찰나에 수컷 얼룩말은 잔인하게 새끼 얼룩말을 학대했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그 장면을 난해한 수학문제를 풀듯이 이해할 수 없었는데 간신히 기운을 차린 암컷 얼룩말은 수컷의 엉덩이를 향해 거세게 뒷발질을 하며 저항했다. 참 힘겨운 모성애인데 그보다 더 잔인한 것이 얼룩말 수컷이었다. 저항하지도 못하는 힘없는 새끼를 마음껏 유린하고 어미 얼룩말에게도 사납게 뒷발길을 해댔다. 지친 어미 얼룩말의 완전한 패배였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얼룩말 수컷의 우두머리는 수사자가 여러 암사자를 무리를 거느리듯이 자신의 영역에서 거치는 것은 다 조져버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암컷 얼룩말은 전 우두머리의 아내였을 개연성을 내비추었다. 그러면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코로나의 계절을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경제가 무너지고, 각자의 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지니 사회구조 시스템이 흔들린다. 물가가 고공행진하며 치솟는데 겁날 정도이다. 또 바야흐로 대선을 100일 앞두고 정치라는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어느 이정표를 보고 방향을 틀지 조바심에 마른 침을 삼키게 된다. 이제 한 달이면 한해도 이운다. 비어가는 술잔을 안타깝게 쳐다보는 술꾼처럼 동서남북 사방을 휘둘러봐도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없으니 애석하다. 어쨌든 살아남아야 한다. 코로나의 계절은 우리들에게 살아남아서 강한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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