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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Nov 24. 2021

정직함이 힘이다

착하다는 것의, 정직하다는 것의 힘


"착하고 정직한 것이 힘이다"라고 말하면 피식 웃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착하다는 것은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수준으로 치부하고 만다. 현실에서는 착한 것보다 적당하게 타협하고 되도록 거짓말을 섞어넣더라도 손해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여긴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결국 정직한 것이 가장 고귀한 면류관을 쓰게 되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된다. 

한반도에 6.25 전쟁이 갑작스레 발발하자 온 나라와 국민들은 야단법석이었다. 그때 한국유리의 최태섭 회장의 일화는 유명하다. 전쟁통에 빌린 사업자금을 갚겠다며 은행을 찾는 사람이 바로 한국유리공업 창업자인 최태섭 회장이었다. “아니, 이 난리통에 무슨 돈을 갚는다고 이러십니까? 갚을 필요 없습니다.” “난리통에 내가 죽으면 돈을 갚지 못할 테니 어서 받으십시오.” 은행 직원이 하는 수 없이 돈을 받아들자 그제서야 최 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서둘러 피난길에 올랐다.

전쟁이 끝난 뒤 제주도에서 군부대에 생선을 납품하는 원양어업에 뛰어든 최 회장은 사업자금 융자를 신청하러 은행에 찾아갔다. 거절당하고 발걸음을 돌리려할 그때 1·4후퇴 때 빌린 돈을 갚고 피란을 간 그를 알아본 은행장의 추천으로 2억원을 빌릴 수 있었다. 이처럼 어리석다할만큼 착한 그의 심성은 하늘도 감동할만큼 순수했고, 심은 것보다 더 풍성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근자에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들 가운데 지난 과거사가 소환돼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스포츠 스타나 인기연예인이나 학교폭력을 뒤늦게 후회하고 가슴을 쳐봐야 이미 엎지러진 물이라 주워 담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창 사춘기 호기심이 많고, 친구들 앞에서 우쭐거리면 마치 세상의 지배자라도 된 듯한데 발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못난 동기생 면상 몇 대 후려친다고 누가 뭐라고 할까 했을 것이다. 곁에서 폭력을 동조하며 응원했던 무리들의 죄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본인들은 수십년전 과거지사야 까마득히 잊고 지냈어도 억울한 당사자야 평생 가슴에 못박힌 채 일생을 괴로움 속에서 지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인터넷 상에서 자유로운 발언대 앞에 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으니 기자회견을 따로 하지 않아도 공유하고 퍼나르고 순식간에 휘발성 넘치는 위력을 발휘하는 구조가 돼버린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착하다는 것은 장래의 일에 최소한 본전은 넘어서는 든든한 출발점이 되지만 감추거나 불의한 것이 많고, 악한 사람은 미래의 일에 큰 오점을 미리 새겨둔 격이 되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인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가족끼리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은 사람은 돌고도는 녹취록에 후회해도 무용지물이요 어떤 처방도 사후약방문이 돼버렸다. 현 정부의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자신들과 한배 탔다는 동류의 심정일 때는 온갖 칭찬과 아첨의 말로 위하더니만 상대를 죽이라는 칼날을 공정하게 쓰여겠다고 말하고 난 후부터는 칭찬의 말은 비난과 저주의 언어로 뒤범범돼버렸다. 우직할만큼 정직한 삶을 살아왔는지 수면 밑의 감추어진 것이 드러나 일파만파로 번질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차츰 드러날 것이다. 

현정부는 5년 세월의 짧은 임기 가운데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듯 의욕이 넘쳤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치솟는 지지율이 어느덧 거품처럼 가라앉고 있다. 취임사에 말했고 밝힌대로 모든 국민들을 위했더라면 업적이 더 빛났을텐데 말로만 온 국민을 위했고, 내로남불과 편가르기에 어느덧 임기말에 다다르고 있다. 순수함과 정직함을 가지라고 상대방만 몰아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더 순수하고 더 정직했더라면 헐씬 좋은 성적표를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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