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행자, 운, 꾸준함, 좋은태도, 주물공장 10년 청년 소설가
2023. 9. 2.(토) 오후 2시 산청 지리산 도서관
이렇게 인연이 닿았다. 또 한 번 내 머리에 돌이 깨어지는 소리가 났다. 뇌 속에 정리된 파일이 이리저리 복사와 이동과 삭제를 하느라 정신이 혼미하다. 김동식이란 작가를 사실 몰랐다. 지리산 도서관에서는 토요일에 가끔 작가와의 만남을 해오고 있다. 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다 보니 김동식 소설가와 만남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작가를 몰랐지만 만나보고 싶었다.
수수한 외모에 개구쟁이 같은 얼굴표정이다. 하트 세 개를 손가락으로 만들어서 날린다. 놀란 것은 관객 연령대가 젊다. 초등부터 대학생까지 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고 있단다. 이 소설가가 요즘 대세란다. 분위기가 확 젊어졌다. 여느 때 어른들만 있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더욱 호기심이 났다.
오늘의 주제는 '이런 사람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가'라며 말을 꺼낸다. 김동식 작가는 다르다. 아는 냄새가 하나도 안나는데 막힘이 없다. 모르는것은 모른다고 인정해도 되는 사람이니 두려울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1985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 영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가정 형편이 너무 안 좋아 중학교 중퇴 후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고 놀다가 19세에 주민등록증을 받고 정신을 차렸다.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자각을 했다.
독립하기로 하고 2000년 15살, 타일 붙이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올라왔다. 열심히 하려고 했으나 일거리가 없었다. 여의치 않자 PC방에 취직했다. 시급 1,900원을 받고 하루 11시간을 일했다. 월 60만 원 겨우 되는 월급으로 방세 20만 원, 엄마 20만 원 생활비 20만 원 하면 남는 것이 없었다. 그 와중에 아는 형이 돈 2만 원만 빌려달라 해서 집에 가서 가져가라고 했더니 저금통 돈 30만 원을 가지고 가서 갚지 않았다. 나중에 악역은 전부 이 형 성씨를 따서 최 씨라고 했다.
2006년 21살, 서울에 계시던 외삼촌이 자신이 일하는 주물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어떻게냐는 제안에 서울로 올라왔다. 10년을 일했다. 월 130만 원을 받았다. 이 공장에 뼈를 묻으리라 생각했다. 뜨거운 열기에 쇠가 녹은 물을 바가지로 떠서 붓는 일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일이 손에 익자 혼자서 머릿속에 상상과 망상을 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만들어 낸 이야기를 집에 와서 오늘의 유머 공포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2016. 5. 31살, 웹 소설을 읽었다.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올리니 독자들이 맞춤법이나 글 구성 등 댓글로 지적을 했다. 감사하다. 몰랐다. 수정하겠다 등 독자들과 소통하며 소설을 계속 올렸다. 솔직하게 수용하였더니 함께 쓰는 소설처럼 동지애까지 생겨난듯하다. 3일에 한편, 하루에 2편씩 자신의 머릿속 영상을 글로 올렸다.
그전까지 책 자체를 거의 읽어 본 적 없었던 김동식 작가는 자신이 올린 글에 달린 댓글들과 재미있다는 칭찬에 고무되고 피드백을 통해 점점 글 쓰는 재미와 실력이 늘어갔다. 인정받는 것에 큰 성취감을 맛본 것이다.
오늘의 유머 사용자들은 문법과 글을 쓰는 것이 서툰 작가에게 가르쳐가며 함께 만들어 간다는 연대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인기가 많았다. 그의 작품은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겸 작가의 눈에 띄었고, '김민섭이 만난 젊은 저술가들'에 인터뷰를 했다. 그 후 김민섭 평론가는 그에게 책을 출간할 것을 제안했다.
김민섭 평론가는 지금까지 김동식 작가가 쓴 단편 중 몇 편을 골라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에게 보냈고, 한기호 소장은 "이런 작가가 어디 숨어 있었냐?"며 지금까지 그가 쓴 300여 편의 글 중 20여 편을 추려서 내자는 김민섭 평론가의 제안에 "이런 글이 300편이나 있다면서 왜 한편만 냅니까?" 라며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임프린트 '요다'를 통해 그중 66편을 골라 3권으로 출간하기로 하고 기획편집을 김민섭 평론가에게 맡겼다.
변변찮은 등단 경력도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 출신의 무명작가의 책을 3권이나 한 번에 내는 모험 끝에 나온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3권의 책은 2018년 연초 출판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각 2천 부씩 총 6천 부를 찍어 낸 책들이 매진되었다. 독자들은 '구매인증'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며 구매 릴레이를 펼치면서 오늘의 유머 출신 작가를 응원하기도 했다.
김동식 작가는 자신이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첫째는 운이 좋았다. 둘째 꾸준히 썼다. 셋째 좋은 태도로 대했다. 자신의 작품을 올리면 첫 댓글은 자기가 쓴다. '이렇게 찾아주시고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올린다고 했다.
오늘 김동식 작가를 만나고 다시 한번 역행자의 쳇바퀴를 돌려야 함을 강하게 느꼈다. 내가 살아오던 세상은 저 멀리 사라졌다. 그 언저리 잡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과감하게 놓아라. 작가의 등단 문도 완전히 바뀌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자의식을 해체해야 한다. 역행자들이여 즐거이 세상 밖으로 행군할찌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