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의 일에 몰입이 어렵다
요즘 7살이 된 손자는 요즘 색종이 접기에 빠져있다. 어제는 유치원에 갔다 오더니 가방을 던지고 바로 거실 구석 색종이 상자로 달려간다. 그러더니 '내 색종이로 만든 것들 다 어디 갔냐'며 바로 '으앙'하고 운다. 내가 색종이로 접은 작품(내 눈에는 쓰레기)들이 너부러져 있어서 비닐봉지에 다 넣어 한편에 두었더니 보지 못했나 보다. 그 봉지를 발견한 후 반짝이던 두 눈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이고 예뻐라' 말이 절로 나왔다. 손자는 삼각 접기, 뒤로 접기, 대각선 접기 등 용어를 써가며 나에게 방법을 알려준다. 틈만 나면 만든 학, 탱크, 동서남북, 꽃 등 수많은 사물을 종리로 접어서 상자에 담아두고 보석처럼 아낀다. 지난 내 생일 때, 크리스마스 때, 선물로도 내밀었다. 또한 친구들과 놀잇감으로도 잘 쓴다.
6살 때는 곤충에 빠졌었다. 곤충 관련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시간 날 때마다 엄마 아빠에게 읽어달라 하더니 줄줄 외운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새해 하고 싶은 일을 발표하는 데 '지구상의 곤충에 대해 많이 알아보겠다'라고 했다. 5살 때는 공룡에 완전히 몰입했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외래어에 길고 어려운 공룡이름, 특징, 육식인지 초식인지 줄줄 쏟아낸다. 책에는 어른도 이해하기 어려운 공룡의 특징이나 분포지역 등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 재미를 붙인 이 아이에게는 전혀 거리낄 것이 없는 듯했다. 강력한 턱의 육식 티라노 사우르스, 알로 사우르스, 안킬로 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 등 하도 많이 들어서 나도 외우게 된 것들이다. 한 번도 가르치지 않은 한글을 공룡 책을 보면서 배워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 손자의 이런 좋아하는 것에의 푹 빠져드는 모습이 참 이쁘다.
남편은 등산을 참 좋아했었다. 주말이면 산악회를 따라 전국 100대 명산을 쫓아다녔다. 재미에 푹 빠져 당일 또는 1박 2일 등산을 계속했다. 근무지가 다른 도시에 있어 아이들과 함께 부대낄 시간이 없었는데, 토요일에 오면 함께 했으면 했으나 나의 바램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한다. 남편은 나보다 4년 일찍 퇴직을 했다. 퇴직 후 1년 정도 손녀가 유치원 마치면 집에 데려오는 일을 했다. 손녀에 푹 빠져 잘 놀아 주었다. 손녀가 종일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등산을 다니더니 다리가 아프다며 한동안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어정거렸다. 친구의 권유로 댄스를 배웠다. 열심이었다. 오전, 오후 배우고 실습하는데 올인하는 것이다. 집에 와서도 거실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춤을 추었다. 심지어 어디를 가고자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면 그 촌각을 참지 못하고 춤 자세를 취하고 스텝을 밟았다. 그러더니 요즘은 골프에 심취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한다. 골프 연습장을 다니는데 가끔씩 필드로 나가기도 한다. 어떤 것을 해도 쉽게 빠져드는 남편이 참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몰입이 어렵다. 왜 그렇지? 퇴직하고서 깨달았다. 한 가지라도 제대로 끝까지 하기가 어렵다. 아니다. 37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 일에 몰두했고 성과도 있었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면서는 육아에 몰입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몰입을 못하는 분야는 나의 개인적인 일이다. 퇴직을 하고 첫 한 해는 손자를 돌보는 것에 빠졌다. 돌 지난 손자를 보는 시간은 지루한 줄 모르고 보냈다. 손자가 유치원을 들어가게 되자 느긋한 시간이 주어졌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마음껏 하고 싶었다. 하모니카, 요가, 켈리그라피, 명상, 기타 등 기웃거렸다. 처음에는 재미가 붙는 듯해도 금방 시들해졌요즘 7살이 된 손자는 요즘 색종이 접기에 빠져있다. 어제는 유치원에 갔다 오더니 가방을 던지고 바로 거실 구석 색종이 상자로 달려간다. 그러더니 '내 색종이로 만든 것들 다 어디 갔냐'며 바로 '으앙'하고 운다. 내가 색종이로 접은 작품(내 눈에는 쓰레기)들이 너부러져 있어서 비닐봉지에 다 넣어 한편에 두었더니 보지 못했나 보다. 그 봉지를 발견한 후 반짝이던 두 눈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이고 예뻐라' 말이 절로 나왔다. 손자는 삼각 접기, 뒤로 접기, 대각선 접기 등 용어를 써가며 나에게 방법을 알려준다. 틈만 나면 만든 학, 탱크, 동서남북, 꽃 등 수많은 사물을 종리로 접어서 상자에 담아두고 보석처럼 아낀다. 지난 내 생일 때, 크리스마스 때, 선물로도 내밀었다. 또한 친구들과 놀잇감으로도 잘 쓴다.
6살 때는 곤충에 빠졌었다. 곤충 관련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시간 날 때마다 엄마 아빠에게 읽어달라 하더니 줄줄 외운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새해 하고 싶은 일을 발표하는 데 '지구상의 곤충에 대해 많이 알아보겠다'라고 했다. 5살 때는 공룡에 완전히 몰입했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외래어에 길고 어려운 공룡이름, 특징, 육식인지 초식인지 줄줄 쏟아낸다. 책에는 어른도 이해하기 어려운 공룡의 특징이나 분포지역 등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 재미를 붙인 이 아이에게는 전혀 거리낄 것이 없는 듯했다. 강력한 턱의 육식 티라노 사우르스, 알로 사우르스, 안킬로 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 등 하도 많이 들어서 나도 외우게 된 것들이다. 한 번도 가르치지 않은 한글을 공룡 책을 보면서 배워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 손자의 이런 좋아하는 것에의 푹 빠져드는 모습이 참 이쁘다.
남편은 등산을 참 좋아했었다. 주말이면 산악회를 따라 전국 100대 명산을 쫓아다녔다. 재미에 푹 빠져 당일 또는 1박 2일 등산을 계속했다. 근무지가 다른 도시에 있어 아이들과 함께 부대낄 시간이 없었는데, 토요일에 오면 함께 했으면 했으나 나의 바램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한다. 남편은 나보다 4년 일찍 퇴직을 했다. 퇴직 후 1년 정도 손녀가 유치원 마치면 집에 데려오는 일을 했다. 손녀에 푹 빠져 잘 놀아 주었다. 손녀가 종일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등산을 다니더니 다리가 아프다며 한동안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어정거렸다. 친구의 권유로 댄스를 배웠다. 열심이었다. 오전, 오후 배우고 실습하는데 올인하는 것이다. 집에 와서도 거실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춤을 추었다. 심지어 어디를 가고자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면 그 촌각을 참지 못하고 춤 자세를 취하고 스텝을 밟았다. 그러더니 요즘은 골프에 심취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한다. 골프 연습장을 다니는데 가끔씩 필드로 나가기도 한다. 어떤 것을 해도 쉽게 빠져드는 남편이 참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몰입이 어렵다. 왜 그렇지? 퇴직하고서 깨달았다. 한 가지라도 제대로 끝까지 하기가 어렵다. 아니다. 37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 일에 몰두했고 성과도 있었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면서는 육아에 몰입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몰입을 못하는 분야는 나의 개인적인 일이다. 퇴직을 하고 첫 한 해는 손자를 돌보는 것에 빠졌다. 돌 지난 손자를 보는 시간은 지루한 줄 모르고 보냈다. 손자가 유치원을 들어가게 되자 느긋한 시간이 주어졌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마음껏 하고 싶었다. 하모니카, 요가, 켈리그라피, 명상, 기타 등 기웃거렸다. 처음에는 재미가 붙는 듯해도 금방 시들해졌다. 지리산 산청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글쓰기 모임에 들었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잠든 새벽이나 늦은 밤중에도 가능한 작업이다. 가족들의 필요나 요구가 잦아드는 시간이다. 결혼 이후 온전한 내 시간이었던 적이 없다. 나의 시간은 언제나 직장과 가족들에 종속된 시간이었다. 그것이 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빠져드는 것이 힘든 부분은 나의 지극히 개인 취미 생활에 푹 빠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아침, 밖에서 남편이 일어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벌떡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나가야 한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나는 이 글을 마무리 짓기 위해 앉아 계속 글을 쓰고 있다. 나도 빠져드는 연습 중이다.
다. 지리산 산청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글쓰기 모임에 들었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잠든 새벽이나 늦은 밤중에도 가능한 작업이다. 가족들의 필요나 요구가 잦아드는 시간이다. 결혼 이후 온전한 내 시간이었던 적이 없다. 나의 시간은 언제나 직장과 가족들에 종속된 시간이었다. 그것이 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빠져드는 것이 힘든 부분은 나의 지극히 개인 취미 생활에 푹 빠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아침, 밖에서 남편이 일어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벌떡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나가야 한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나는 이 글을 마무리 짓기 위해 앉아 계속 글을 쓰고 있다. 나도 빠져드는 연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