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등 뒤에서 축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어스름이 내리던 한여름 저녁, 여유를 한껏 누리며 남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어둠은 푸르스름하게 오나 보다. 희미한 강가의 풍경은 매우 몽환적이다. 꿈꾸는 듯한 분위기는 마음을 오히려 들뜨게 하고 마음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동심을 휘저어 올라오게 한다.
강변길에는 두 팔을 흔들며 열심히 걸어가는 아줌마, 짧은 마라톤 팬츠를 입고 땀을 흘리며 앞만 보고 달리는 중년 남자, 연인들,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등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강변을 바빠서 즐기지 못했구나 생각하며 인파 중의 한 사람이 되어 그 활기찬 기운 속으로 동화되어 갔다.
그때 강가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린 두 남자, 아마 대학생으로 보이는데 자동차 안에서 콜라캔 두 개를 들고 나오더니 다 마시자 잔디밭 쪽으로 발로 탁 차고는 사람들 속으로 아무렇지 않게 사라져 버렸다. 곁에 있던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저 형들 쓰레기를 버렸어. 나쁜 형들이야.”
“그래, 나쁜 형들이구나. 우리 아들은 이렇게 쓰레기를 줍는데.”
하며 그 어머니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하고는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미처 말할 겨를도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캔 두 개를 주워 들었다. 내가 가져가서 버릴까 하다가, 그들의 자동차 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공중도덕을 모르는 사람들, 스스로 잘못을 깨달았으면 하고...
기분이 약간 언짢았는데 역시 자연은 치유력이 강하다. 강둑 위의 대나무가 바람에 부대끼는 소리가 한층 정겹게 들려왔다. 길가의 꽃들이 점점 짙어지는 어둠에 자태를 숨길 즈음이었다. 마주 편에 중년의 남자가 애완용 개와 장난을 치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려오는 강아지도 기분이 좋은가보다. 주인도 그런 모습을 보고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강아지의 태도가 이상하다. 아마도 대변을 보는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인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나 보자. 저 아저씨 치우지 않고 그냥 가면 꼭 말해야지. 무슨 상관이냐며 내가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말은 해야 해. 그래야 잘못했다는 것을 알지 않겠어? 부드럽게 말해야겠다. 오해하지 않도록.’
이런저런 자문자답을 하며 유심히 보고 있는데 그 남자 호주머니에서 비닐봉지와 휴지를 꺼내더니 변을 깨끗이 주워 봉지에 넣고 다시 강아지와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의 등 뒤에서 그의 축복을 빌었다. '주여, 저 사람에게 축복을 내리소서.'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사용하는 공원길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그 남자들로 인해 가라앉은 기분이, 깨끗이 청소를 하고 가는 개주인을 보고 마음이 밝아졌다. 따뜻해져 오는 마음을 느끼며 나도 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이렇게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구나 싶어서 나를 기쁘게 해 준 그 사람에게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복을 빌어 주었다. ‘복 많이 받으세요’
누군가가 나를 위해 복을 많이 빌어줄 때 그 긍정의 기분 좋은 기운이 분명히 나에게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부정의 언어를 던질 경우에 그 소리가 나에게 들리든지 안 들리든지 나쁜 기운이 닿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라도 자신을 정직하게 잘 가꾸어야 할 것 같다. 나 자신과 내 자녀가 잘되길 바란다면 복을 많이 지어야 하지 않겠는가. 복을 짓지는 못하더라도 욕을 짓지는 말아야 하겠다. 우리가 지은 것은 당대에 받는다고도 하니까. 이러한 상념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혼자일 때를 삼가라는 말도 되새긴다.
그때 어디선가 신나는 기타 소리와 허스키한 목소리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끌리듯이 소리 나는 곳으로 가보니 기타를 치고 있는 세 남자, 남강이 내려다보이는 공원의 광장에서 환하게 비치는 불을 밝혀놓고 악보를 보며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산책을 나왔던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자세로 들고 날며 삼삼오오 여기저기 앉아서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박수를 치며 웃음을 머금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느 그림 속에 나오는 풍경이다. 남강의 야경과 길 위의 음악회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남강변을 걸으며 이 세상이 험하다고는 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있음에 위로가 되었다. 행복은 겨자씨처럼 작고 들꽃의 흔들림처럼 섬세한 것에서 느껴질 수 있듯이 주위를 가만히 밝혀주는 아름다운 사람들, 나는 오늘 밤 그들의 등 뒤에서 마음껏 축복의 기도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