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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벗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by 운아당
통영 유치환 문학관

지난해 2023년은 내가 글을 처음 쓰게 된 해였다. 막연하게 꿈만 꾸었는데 시절인연이 닿았을까. 한국아동문학회 동시로 등단을 하게 되었고, 동인지 3권을 냈다. 동시집 '내가 꽃이 되었어'와 수필집 '있는 그대로 4집'과 '내가 그곳에 있었네'이다. 지리산산청에 이사를 오면서 글쓰기 강좌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멋지고 좋은 글 벗들을 만났다. 5월의 글쓰기 모임 글제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했을 때 바로 떠오른 것이 함께 글을 써온 글 벗들이다.


글쓰기 강좌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났다. 매주 새로운 글제를 준다. 다음 주에 써온 한 편의 글을 발표하면 작가와 글동무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하는 수업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깊숙한 내면과 만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바쁜 일상에서 하루하루 살기에도 급급하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무엇이 있어 나를 흔들더라도 멈추고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 글쓰기는 일상에서 드러날까 두려워 덮어 두었던 감정의 찌꺼기, 상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작업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도 모르고 지냈던 기억들과 감정들이 자음과 모음의 조합에 의해 스멀스멀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다. 글 벗들 앞에서 자신의 글을 읽으며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쏟아내고,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면서 참 가까워졌다.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나이라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지난 4월, 글 벗들과 함께 통영 박경리 문학관과 유치환 문학관을 다녀왔다. 물론 이전에도 몇 번 가본 곳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같은 장소라도 함께 한 사람이 누구인지, 계절이 언제인지, 또는 내 감정 상태가 어땠는지에 따라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나에게는 그날의 여운이 아직도 훈훈하다.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별로 기억에 없다. 그저 함께한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하룻밤을 지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먹물이 스며들듯이 마음으로 통하였다. 사춘기 소녀처럼 툭 던지는 한마디에도 까르르 웃음을 떠트렸다. 행복이란 그저 마음에 잔잔히 흐르는 기분 좋은 여운 같은 것이 아닐까.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을 하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들, 글 벗들이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새로운 시각으로 시야가 넓어진다.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되는, 보일까 두려워 싸매지 않아도 되는, 온전히 행복한 시간을 향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 바로 글 벗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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