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랑<하루거리>
그림책이야기, 글그림 김휘훈, 그림책공작소, 2020
안녕! 영아, 율아!
오늘 할머니가 참 마음이 뭉클한 감동적인 그림책 이야기를 해줄게. 하루거리라는 책인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야. 그림이 붓을 사용해서 흑백으로 그린 특이한 책이라 호기심이 일더라고. 책 제목도 특이하지? 하루거리. 하루거리가 무슨 뜻인 줄 아니? 하루거리는 하루는 건강하고, 하루 지나면 다시 아프다고 해서 지어진 병 이름이래. 신기하지. 무슨 병이 하루는 아프고 하루는 안 아프대? 그 병은 모기한테 물려서 걸리는 병인데 학질이라고도 해. 옛날에 많이 걸렸다고 해 요즘은 없어진 병이야.
옛날에 순이라는 아이가 살았어. 순이는 늘 혼자였지.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매일 일만 해. 순이의 엄마 아빠는 순이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 동생들도 있었는데 모두 뿔뿔이 다른 집으로 보내졌고, 순이는 큰집에 와서 살게 되었어. 더부살이를 한 거지. 더부살이는 남의 집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해주고 삯을 받는 것을 말해. 근데 큰아버지는 순이에게 돈도 주지 않았어.
순이는 나물 같은 밭에서 나는 것을 가지고 골목을 다니며 팔았어. 다른 친구들은 모여서 장난도 치고 놀이를 하는 시간에 순이는 놀 수가 없었어. 매일매일 큰집에서 큰아버지가 일을 시켰어. 친구들은 순이랑 놀고 싶었지.
어느 날 친구 분이가 보니 순이가 좀 이상한 거야. 나물을 뜯다가도 멍하고, 가끔 우물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밭에서 미나리를 베다가도 달구지 위에 누워 꼼짝하지 않는 거야. 친구들이 순이가 아무래도 아프다고 생각했어. 순이가 몸을 오그리고 벌벌 떨고, 꼼짝 못 하고 누워있기도 했거든. 아무래도 하루거리 같았어. 그렇게 아픈 순이를 큰아버지는 일 안 하고 빈둥거리며 놀고 있다며 호통을 치는 거야.
순이가 물지게를 지고 가고 있었어. 분이는 어른들로부터 우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빌면 하루거리가 낫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분이는 우물 앞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떴어. 그리고 꿀꺽꿀꺽 마시고 순이 보고도 마시라고 했어.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빌자고 했어.
"물할머니 물할아버지, 순이 몸이 덜덜 떨리고 아프니 꼭 낫게 해 주세요." 그리고 순이보고 너도 따라 기도하라고 했어. 조용히 있는 순이에게 뭐라고 빌었는지 물어보니 자기를 죽게 해달라고 빌었다는 거야. 분이는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랐어.
"순이야 잠깐 기다려봐, 내가 도와줄게, "
그렇게 말하고는 다른 친구들에게 뛰어갔어. 순이가 죽고 싶다고 말한다는 것을 알렸어. 그랬더니 기수가 말했어. "뱀을 보고 깜짝 놀라면 하루거리가 떨어져 나간다고." 기수는 걸레를 물에 적셔서 몰래 순이 뒤로 갔어. 살금살금 붙어서 목에 걸레를 걸치면서 "뱀이다"라고 소리를 질렀어. 뒷날 순이가 멀쩡한 몸으로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효과가 있나 보다 생각을 했지만 다음 날 또 아픈 거야.
친구 정혜가 집 뒷간에서 달걀을 먹으면 하루거리가 낫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어. 정혜는 순이를 뒷간에 밀어 넣고 달걀을 건네주었어. "이거 먹으면 하루거리가 뚝 떨어질 거야." 다음날 순이를 만났는데 쌩쌩한 거야. 다 나았나 보다 했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자 다시 드러누웠어.
친구 미옥이가 말했어. "순이한테 도둑이 들어와서 아픈 거야." 엄마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거든. 미옥이는 순이 머리에 새끼줄을 씌우고 냄비를 두드리며 소리소리 질렀어. "도둑아 나가라." 그렇게 한놈 한놈 도둑을 냄비에 잡아 가두는 거래. 다음날 순이는 얼굴이 썩 좋아 보였어.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하루가 지나자 다시 아프다며 드러누웠어.
친구들은 자기들이 알고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도 순이가 낫지 않아서 속상했어. 순이는 죽고 싶다고 했잖아. 분이는 하얗게 열린 박을 따서 박 씨 껍질을 깠어. 하얀 속알에 밀가루를 묻혔지. 꼭 약 같았어. 순이가 진짜로 죽고 싶은지 알고 싶었어. 분이는 순이에게 밀가루 묻힌 박 씨를 주었어. "너 죽고 싶다고 했지. 이거 먹으면 죽는대. 죽는 약이야. 먹어봐." 순이는 그 약을 들고 집으로 갔어. 저녁에 먹었어. 뒷날 아침 일어났는데 아직 안 죽고 있는 거야. 그래서 순이는 분이를 찾아갔어.
"얘들아, 나 그 약 먹었는데 안 죽었어."
"뭐! 배도 안 아프니?"
"순이 너 정말 건강한 아이구나."
"대박, 이젠 우리랑 마음껏 놀아도 되겠다."
친구들이 모두 순이를 위로해 주었어. 힘을 내라고 이야기해 주었지. 그날 순이는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해가 저물도록 재미있게 놀았어. 순이는 마음이 날아갈 듯이 즐거웠어. 친구들이 자기를 위해 애를 써준 것이 참 고마웠어.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 순이가 앓고 있던 하루거리가 뚝 떨어져 나가 아픈 몸이 완전히 나았대. 더 이상 아프지 않았대. 다음에 도서관 가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봐.
영아, 율아,
할머니는 친구들이 순이가 낫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어. 고마워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싶었어.
순이는 친구들이 보여준 사랑을 받고 병이 싹 나은 것이래 생각해. 다시는 아프지 않았을거야.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았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