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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아당 Aug 16. 2023

엄마 어디가<미영이>

그림책 구연, 미영이, 전미화 글, 그림, 문학과 지성사

영아, 율아,  오늘도 너무 덥다 그지. 그래도 저녁에는 조금 시원하더라.

오늘 할머니가 해줄 이야기는 미영이라는 그림책이야. 이 책은 할머니가 요즘 '맘 코칭 프로그램'에서 공부하는데  강사님이 소개해준 책이야. 할머니가 읽어봤 지. 마음이 아팠어. 글이 너무 간결해서 할머니가 이야기를 덧붙여  풀어서 해줄게.


아직 학교도 안 간 어린아이 미영이 이야기야. 미영이가 자고 있는데 엄마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어. 어디 가냐고 물었지. 엄마가 대답했어.

"화장실에. 더 자라."

미영이는 다시 누워 자다가 일어났어. 엄마가 그때까지 안 오는 거야. 화장실에 가봤어. 부엌에도 가봤어. 집 어디에도 엄마가 없는 거야. 엄마라고 크게 불러도 대답이 없어. 엄마는 그날 이후로 오지 않았어.


혼자 남겨진 미영이는 식구들이 많은 집으로 옮겨가 살게 되었어. 누군가 그곳으로 데려갔어. 그 집에는 미영이 하고 나이가 같은 아이도 있어. 언니 오빠도 있어. 집도 크고, 정원도 있어.  그 집은 바쁜 집이었어. 미영이는 어리지만 청소도 하고 심부름도 했어. 학교는 못 갔어.


학교 가서 공부도 하고 싶었어. 글자를 배우고 싶었어. 그래서 글씨를 잘 쓰지 못해. 미영이는 삐뚤삐뚤하게 쓰는 글씨가 부끄러웠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엄마가 오지 않는 것이 화가 났어. 같은 나이인 그 집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보면 더욱 화가 났어. 나도 학교 가고 싶어. 공부도 하고 싶어.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


미영이랑 나이가 같은 그 아이가 미영이를 힐끗 쳐다봤어.

"너 왜 그렇게 화가 났니?"

미영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 그 아이는 엄마에게 가더니 미영이가 왜 그렇게 매일 화가 나있냐고 물었어.

"고집이 세서 그래."

"그래서 엄마가 없어?"

미영이는 그 소리를 다 들었어. 모른 척 화장실로 들어갔어. 변기 위에 가만히 앉아 있었어. 그러다가 밖으로 나갔지. 그날 날씨가 참 추웠어. 옷을 얇게 입고 나와서 길가의 벤치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콧물이 나왔어. 집으로 들어갔지. 방에 누웠는데 열도 나고 기침도 났어. 온몸이 욱신거리고 아파왔어. "엄마" 나지막하게 불러봤어. 아무도 미영이가 아픈지 몰랐지. 아무도 약을 사주지 않았어.


미영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불러봤어. "엄마". 엄마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나? 나도 엄마가 보고 싶지 않다. 엄마가 나를 버린 걸까?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을 건가?


어느 날 이 집아이가 길잃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어. 강아지 밥 주는 것과 산책시키는 일이 미영이 차지가 됐지. 미영이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아. 미영이는 자기도 힘든데 강아지까지 돌봐야 하니 너무 힘들었지. 그렇지만 강아지가 밤에 강아지가 낑낑대면 미영이가 손가락을 물려 달래주곤 해.  


이 집에 온 지도 몇 년이 흘렀어. 미영이가 입고 온 옷이 하나도 맞는 게 없는 걸 보면. 미영이는 엄마를 잊어 본 날이 하루도 없었지. 설마 엄마가 정말 나를 버린 걸까? 정말 나를 잊은 걸까?


어느 날 누군가 미영이를 찾아왔어. 엄마라고 했어.  미영이는 설거지를 하다가 손을 뒤로 숨기며 인사를 했어. 엄마는 미영이를 데리러 온 거야. 엄마가 미영이 손을 잡았어. 손이 차갑고 단단했어. 미영이는 설거지를 하다가 나와서 자기 손에서 냄새가 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엄마 손에서 설거지 냄새가 난 거야.


엄마랑 밖으로 나왔어. 그 집 식구들 어느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어. 미영이도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았어.

"엄마, 어디 갔다 왔어?"

미영이가 물었지. 버스를 기다리며 엄마는 아무 말 못 하고 울었어. 미영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어.

 '엄마는 나를 버린 게 아닌 것 같아. 나를 데리러 오려고 일을 많이 했나 봐. 엄마도 힘들었나 봐. 엄마가 나를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미영이는 속으로 생각하며 엄마 손을 잡았어. 엄마 손이 따뜻하게 느껴졌어. 미영이와 엄마는 버스를 타고 엄마의 집으로 갔어. 버스 창 밖에는 두 사람을 축복하듯이 눈이 내리고 있어.


할머니는 이 그림책을 읽고 한참 멍하니 있었어. 미영이 엄마는 일을 찾으러 나갔나봐.  돈을 벌어야 미영이에게 먹을 것도 사줄 수 있으니까. 미영이를 데리고 일을 하기는 어려우니까. 엄마가 미영이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도망치듯이 그렇게 말도 안 하고 가버리면 미영이는 얼마나 엄마를 기다렸을까. 엄마가 미영이를 버렸는가 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 같다. 글쎄 그때 미영이 나이가 어려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었겠지. 아 다행히 엄마가 미영이를 데리러 와서 참 고마웠다. 오래오래 미영이와 엄마가 행복하게 살기를 할머니는 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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