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어둠이 물러가는 시간에 드린 기도는, 가장 깊은 어둠을 몰아낸다.
2025. 9. 17. 수요일
새벽 3시 30분,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차에 비상등이 켜져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목소리였다. 비몽사몽 한 채로 깜깜한 밖으로 나가기가 겁나서 “알겠습니다”라고만 대답하고 다시 이불을 덮었다. 그런데 잠은 다시 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전화를 하지? 조금 늦게 알려 주셨으면 한 시간이라도 더 잘 수 있었을 텐데….’ 불평이 차올랐다. 결국 뒤척이다가 잠을 포기하고 일어났다.
사실 알람은 새벽 4시 30분에 맞춰 두었다. 교회에서 하는 새벽 중보기도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올가을 부터 ‘기도의 삶’ 공부에 참여했고, 매주 수요일 새벽 6시에 하는 중보기도팀에도 합류하기로 했다. 미지근한 신앙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좀 더 깊이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왕 새벽에 일어나는 김에 1시간 일찍 일어나 5시에 예배에 참석하고, 이어서 개인 기도실에서 중보기도를 드릴 계획이었다.
경비 아저씨가 잠을 깨워 투덜거리며 일어난 나는 무얼 할까 하다가 기도 제목을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멀리 가족을 떠나 혼자 지내는 아들의 건강, 자녀들의 가정과 평안, 허리 수술 후 고통을 겪는 동생, 폐암 수술 뒤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아주버님, 다리가 불편한 시동생…. 작은 종이는 금세 가족들의 이름과 사연으로 가득해졌다.
교회에 도착하니, 2층 소예배실에 성도들의 기도소리가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울컥했다. 내가 잠들어 있던 그 시간에도 누군가는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무릎 꿇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아직도 새벽을 깨우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새벽에 드리는 예배를 마치고 3층 개인 기도실로 올라갔다.
전도사님 일러준 대로 불을 켜고 작은 기도실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기도하는 법, 긴급기도, 일반기도 목록이 올려져 있다. 시간도 배정되어 있었다. 손을 모르고 눈을 감았으나 기도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하나님 도와주세요. 예수님 도와 주세요. 성령님 도와주세요.'라는 기도만 나왔다.
그러다 괜한 원망이 떠올랐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가? 왜 고등학생 때 세례를 받고 하나님을 믿었으나 하나님의 은혜로움을 깨닫지 못하고 늘 가장자리를 맴돌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 저를 사랑하기라도 한가요?" 그 순간 바람결에 말씀이 날아와 내 귀 속으로 쏙 들어오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마치 예수님이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너를 위해 여태껏 기도하여 왔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마음이 뜨거웠다.
진심으로 남을 위한 기도를 한 적이 언제였던가. 긴급기도, 일반기도, 공동체 기도의 기도 제목들을 하나씩 읽으며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데, 나 자신을 위한 간구는 생각도 없이 사라졌다. 건강을 위해, 직장을 위해, 결혼을 위해, 입시를 위해… 사람들의 절박한 사연이 하나님 앞에 놓여 있었다. 그들의 소원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예수님은 한 시간 일찍 나를 깨우시고, 기도 제목을 준비하게 하시고, “일어나라. 기도 자리로 나오라”라고 초대하신 것이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세상은 조용히 잠들어 있었지만, 나는 새벽을 깨우고 하나님과 만난 기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