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관계에서 생기고, 치유 또한 관계에서 일어난다.” ― 하얼드 쿠슈너
우리는 혼자서 여기까지 온 것 같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언제나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다.
넘어질 때 바로 잡아준 손, 말없이 곁에 있어 준 존재, 혹은 떠난 뒤에야 그 의미를 알게 된 사람까지.
보이지 않는 실처럼, 관계는 내 삶의 많은 순간을 이어 왔다.
나는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며 버텨야 한다고 믿어 왔다.
강해야 하고, 흔들리지 말아야 하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것이 성숙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가장 무너질 것 같던 순간에 나를 다시 숨 쉬게 한 것은
의외로 아주 작은 관계의 온기였다.
“괜찮아?”라는 한마디, 함께 침묵해 주던 시간,
혹은 나를 그대로 바라봐 주던 눈빛.
관계는 때로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이해받았던 기억,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꼈던 순간은
내 안에 조용한 힘으로 남아 지금의 나를 지탱한다.
이번 주에는 나를 살게 했던 관계를 떠올려 본다.
대단하지 않아도 좋고, 오래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던 그 인연의 흔적을
천천히, 솔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어쩌면 이 글은 그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기록이자,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난 나 자신을 인정하는 고백일지도 모른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심리학 코너 ― 관계적 회복력(Relational Resilience)
관계는 어떻게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가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을 본질적으로 관계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우리는 혼자 태어나지 않았고, 혼자 성장하지도 않는다.
마틴 부버의 말처럼, “인간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이 말은 감정과 회복 또한 관계 안에서 일어난다는 뜻이다.
인간은 혼자 견디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의 품에서 숨을 배우고,
삶의 고비마다 관계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심리학은
개인의 강함보다 연결의 경험을 회복의 핵심으로 본다.
상처와 고통, 그리고 삶의 의미를 평생 탐구해 온
유대교 랍비이자 작가 하얼드 쿠슈너는
사람들이 고통 앞에서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질문이 상처를 낫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람을 더 깊은 외로움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사실을 보았다.
고통은 설명으로 가벼워지지 않는다.
고통은 함께 견뎌질 때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다.
관계는 고통을 없애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를 고립에서 꺼내 준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은 다시 강해지는 능력이라기보다 혼자가 되지 않는 능력에 가깝다.
많은 연구는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세우는 가장 강력한 요소가 의지나 긍정성이 아니라
“최소 한 명 이상의 정서적으로 안전한 관계”임을 보여준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고치려 들지 않고, 충분히 아픈 채로 있어도 괜찮다고 허락해 줄 때, 우리의 마음은 비로소 방어를 멈춘다.
그 순간, 신경계는 위협 상태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으로 돌아온다.
관계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사람을 다시 살아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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