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기 전

1. 직분을 맡기 전 기도,

by 운아당

나는 다섯 살 무렵부터 교회를 다녔다.
이웃에 살던 한 집사님의 전도로 교회 문을 처음 들어섰고,
그 후로 나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교회와 함께 흘러갔다.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예배와 모임, 찬양과 기도가 내 삶의 배경이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세례를 받았다.
그때의 믿음은 분명 진실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했을 뿐
그 믿음이 향해야 할 방향은 아직 알지 못했던 시기였다.

결혼을 하고 삶이 분주해지면서
신앙은 서서히 뒤로 밀려났다.
교회는 기억 속에 남아 있었지만
삶의 중심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믿지 않던 부모님이 세례를 받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셨다.
부모님을 인도하신 분은 강 수애 권사님이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그분을 알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자주 우리에게
그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직접 뵌 적은 없었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그분께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부모님의 마지막 걸음이 신앙 안에서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믿음은 미뤄둘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서야 할 자리라는 것을.


그 깨달음 앞에서 나는 강 권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렇게 나는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온 자리에서 나는 오래도록 방관자였다.
직분과는 거리를 두고 새 신자처럼 조용히 예배에만 참석했다.
책임도 부담도 피한 채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는 자리에만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님으로부터 구역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그 말은 나를 기쁘게 하기보다 두렵게 만들었다.
부모님을 신방 하던 구역장님의 헌신을 지켜보아 왔기에 그 직분이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이 자리는 나 같은 사람에게 너무 무거운 건 아닐까?’

나는 솔직한 마음을 목사님께 말씀드렸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신앙도 깊지 않아 염려가 됩니다.”

그 말을 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다음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교회 상황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따르겠습니다.”


이번 교회는 구역 사역의 방식을 새롭게 개편하고 있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구역장을 중심으로 성도들이 찾아오는 구조로, 더 깊은 교제와 더 촘촘한 돌봄을 이루기 위한 변화였다. 신앙이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삶이 되도록, 공동체가 이름뿐이 아니라 실제가 되도록 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 한편에는 분명한 부담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부르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때 한 말씀이 떠올랐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사십 일을 금식하며 기도하셨다는 장면이었다.

예수님은 능력이 부족해서 광야로 가신 것이 아니었다.
준비가 덜 되어서도 아니었다.
그분은 전적인 순종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에 자신을 맡기셨다.


나는 예수님과 비교할 수 없는 연약한 사람이지만 이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부르심 앞에서 내 힘과 경험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
반드시 성령님의 이끄심을 먼저 구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사십 일을 정했다.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한 내 각오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께 의지하고, 하나님께 맡기는 시간으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보다 순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 기도의 여정에서 시편 37편에서 나는 하나님을 의뢰하고, 기뻐하고, 맡기고, 기다리는 마음을 구할 것이다.
사람을 이끄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구할 것이다.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도하는 구역장이 되게 해 달라고 구할 것이다.

혹시 이 길의 끝에서 내 부족함이 더 분명히 드러난다 해도 그 또한 신앙의 성장으로 여기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것이다.
나는 이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나의 작은 광야로 들어간다.


이 사십일은 주의 일을 시작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주의 손에 나 자신을 다시 올려드리는 고백이다.

그리고 나의 목적이 여정의 끝이 아니라 이 여정 자체가 하나님 앞에 드려지는 기도가 되기를 소망한다.(2025. 12. 18.)











* 마태복음 4:1–2 / 누가복음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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