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026. 1. 1. 설교말씀을 묵상하며
송구영신의 밤,
2026년 1월 1일 0시,
2025년 흘러간 시간 속 알알이 박힌 나의 흔적을 그냥 보내기에 아쉬웠고, 다가오는 시간, 너무도 소중한 새 날을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할 수 없어 교회로 향했다.
카운터 다운이 시작되고 첫 설교 말씀은 시편 23편이었다.
평소 이 말씀을 암송하곤 했지만, 오늘 들은 말씀은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왔다.
"자유를 주시는 여호와 하나님",
"자유"라는 단어는 새해 첫 아침, 내 안에서 하나의 질문이자 묵상이 되었다.
성경 속에서 하나님께서 '첫 달 첫날'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사용하셨는지를 알게 되었다.
노아의 홍수가 끝난 날, 하나님의 성막이 세워진 날, 포로 된 백성에게 소망이 선포된 날, 그리고 죄를 정리하기 시작한 날이 모두 1월 1일이었다.
새해는 단순히 달력이 넘어가는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방향이 새로 정해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다시 마음에 새겨졌다.
평소 새해 소원으로 직장, 성공, 건강, 자녀의 행복, 치유 등을 떠올리던 내 마음은 그 말씀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를 계속 채우려 했던 마음이 새로운 관점 앞에서 멈춰 선 것이다. 자유는 ‘무엇을 더 얻는 것’이 아니라 ‘무엇에서 풀려나는 것’이기 때문이.
"자유를 주시는 여호와 하나님"
– 시편 23편을 따라 걷는 한 해의 묵상
다윗이 고백한 이 시는 가장 먼저 욕심의 자유를 고백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이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이 고백은 내가 가진 것이 충분하다는 자족의 말이 아니라, 나를 책임지시는 분이 충분하다는 신뢰의 선언이다. 우리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쫓기며 산다. 더 가져야 안심이 되고, 남과 비교해서 내가 더 낫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그러나 목자 되신 하나님이 계신 삶에서는 욕심이 더 이상 생존의 조건이 아니다. 주지 않는 것마저도 필요 없기 때문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욕심을 내려놓는 순간, 마음은 이상할 만큼 당당해진다. 그 당당함이 바로 자유이다.
이어 시편은 두려움에서의 자유로 우리를 이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인생에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어두운 골짜기가 있다. 병, 실패, 상실, 그리고 죽음. 이 두려움은 아담의 불순종 죄 이후 인간의 가장 오래된 동반자처럼 우리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다윗은 어둠의 골짜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라고 고백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 전지전능자와의 동행 인식이 두려움을 무력하게 만든다. 두려움에서의 자유는 상황이 바뀔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인식할 때 시작된다.
시편은 또한 상처에서의 자유를 보여 준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내 머리에 기름을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상처는 사라진 관계보다 남아 있는 기억 때문에 더 깊어진다.
원수의 얼굴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도 남아 나를 괴롭힌다.
상처는 나를 보호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상처의 한가운데서 나를 먹이시고, 기름을 부으신다. 문제가 사라지기 전에 먼저 회복이 일어난다. 상처를 붙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원수보다 더 크신 하나님을 다시 보게 된다. 그때 마음의 감옥 문이 조용히 열린다.
마지막으로 시편 23편은 죽음에서의 자유로 끝난다.
“나의 평생에 주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죽음은 인간을 가장 깊이 묶는 사슬이다. 죽음이 끝이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현재를 과도하게 움켜쥐고 불안에 매달린다.
그러나 영원한 집에 대한 확신은 삶의 무게를 바꾼다. 죽음이 패배가 아니라 귀향이라면, 오늘의 고통도 견딜 수 있는 의미를 얻는다. 부활의 소망은 내일을 위한 용기이자, 오늘을 자유롭게 사는 힘이다.
시편 23편을 따라 묵상하며 나는 깨닫는다.
자유는 환경이 아니라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무엇을 더 가지느냐보다, 누가 나의 목자이시냐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을.
욕심에서, 두려움에서, 상처에서, 그리고 죽음에서까지 나를 풀어 주시는 하나님.
그래서 나는 새해의 소원을 이렇게 바꾸어 본다.
더 많은 것을 얻는 해가 아니라,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가는 한 해가 되기를.
여호와가 나의 목자이시니,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씩 자유해진다.